사건이 드러난 계기는 아내 준코 씨가 근무하던 회사 사원여행이 그날 떠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된 동료가 야마가미 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친척들로부터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기동대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샅샅이 수색했지만, 이들의 행방은 끝내 찾지 못했다. 한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집의 모습이다. 현관은 잠겨 있었으며, 침입이나 다툰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뒷문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고 한다. 아내 준코 씨의 차가 없어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차를 타고 어디로 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지만, 휴대전화와 운전면허증이 남아 있었고 신발 역시 현관에 전부 놓여 있었다.
준코 씨가 갈 예정이었던 해외여행 준비물로 보이는 가방 안에는 현금 150만 원이 그대로 든 채였다. 평소 입던 옷이 개어져 있던 대신, 파자마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슬리퍼를 신고 파자마를 입은 상태로 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가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게다가 전기불이 켜진 채로 식탁에는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실종은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반면 애완견이 함께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치의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다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금전적인 이유로 인한 야반도주. 그러나 이 역시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야마가미 씨 일가는 풍족한 편이었으며, 원한을 살 일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초등학교 교사였던 딸 치에 씨는 직장 내 평판이 좋았고 결혼을 약속한 남성도 있었다.
한편 현지에서는 ‘귀신의 장난’이라는 괴이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가족이 살던 곳이 예부터 “초자연적 힘으로 신이 이따금 사람을 감춘다”는 전설이 떠도는 늪지마을이었던 탓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수수께끼로 가득 찼던 이 사건은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2002년 9월 7일 마을 근처 댐을 지나가던 한 행인이 호수에 뒤집혀 있는 차량을 발견해 신고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는 4명의 시신과 개 한 마리의 유체가 확인됐다.
경찰은 눈에 띄는 외상이 없다는 점과 자동차 열쇠가 꽂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동반자살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하필 슬리퍼에 파자마 차림으로 동반자살을 했을까. 자살 동기는 무엇이며, 댐에 뛰어드는 데 어째서 누구 한 명 저항하지 않았을까. 자동차 창문이 열려 있었음에도 개가 도망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투성이로 이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2000년 12월 30일 밤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회사원 미야자와 씨 가족 4명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범인은 곳곳에 지문과 혈흔 등을 남겼지만 수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다른 미제 사건으로 유명한 것은 ‘세타가야 일가 살인사건’이다. 2000년 12월 30일 밤 11시경,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회사원 미야자와 씨(당시 44세) 가족 4명이 식칼에 찔려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범인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잡히지 않아 신고보상금은 우리 돈으로 약 1억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 사건은 4세, 6세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일가족을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했다는 점에서 모두를 경악케 했다. 범인은 범행 후 10시간 이상 집안에 머물면서 컴퓨터를 만지고 아이스크림을 먹기까지 하며 많은 지문과 혈흔, 유류품을 남겼다. 심지어 일부러 옷을 벗어두고 사라지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럼에도 수사는 원점을 맴돌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얻은 단서가 있다면, 2006년 DNA 감정결과 범인이 외국인 혹은 혼혈 일본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금전 목적이 아닌 살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벌인 사건으로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완결시키기고 자살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세번째는 마쓰오카 신야 어린이 실종사건이다. 1987년 3월 7일. 도쿠시마현에서 만 4세 아이가 실종된 사건이다. 아버지가 친척 집 앞에서 눈을 뗀 지 불과 40초도 안 돼 아이가 홀연히 사라졌다. 다른 실종 사건과 달리 아버지가 바로 옆에 있었고, 사라진 것이 친척집 현관 앞이라는 점이 미스터리하다.
네 번째는 구마토리 마을의 수수께끼다. 1992년 6월부터 7월 사이, 오사카부 구마토리 마을에서 17~22세 젊은이 7명이 연속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은 반드시 수요일과 목요일에 일어났으며 오컬트적인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다. 7명 모두 헛간, 양파 저장고 등 집이 아닌 곳에서 자살했다는 점에서 타살 의혹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이시이 마이 양 실종사건이다. 1991년 7월 25일. 당시 일곱 살이었던 마이 양이 부모가 함께 사는 집에서 실종된 괴이한 사건이다. 사건 당일 밤, 마이 양은 집에 놀러온 친구 2명과 한 방에서 자고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 마이 양만 사라졌다. 용의자로 이 집에 기숙하면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 남성이 지목됐으나 알리바이가 확인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이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 일본 경시청은 2007년부터 수사특별포상금 제도를 도입. 제보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끝난 미제 사건들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범죄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공소시효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제기됐다. 결국 일본은 살인죄 등 12가지 중요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2010년 폐지하고, ‘처벌받지 않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로써 범인은 죽을 때까지 뒤쫓기는 신세가 된 셈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