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증거위조를 위해 훼손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출한 동영상에 나오는 세탁기와 검찰에 제출한 세탁기가 동일한지 확인하기 어렵고, 만약 동일하더라고 제출 이전에 훼손이 있어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거가 위조됐다면 위조 증거물을 사용해 LG전자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자료 제출을 고의로 미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G전자 측은 “파손 당했다고 주장한 세탁기를 증거물로 제출해 줄 것을 삼성전자에 계속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1일 매장 측으로부터 증거물을 넘겨받고도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최근에야 제출했다”며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LG전자는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 독일법인이 지난 9월 4일 LG전자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을 독일 검찰에 고소했으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LG전자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맞고소전으로 끌고 간다고 반발했다. 삼성전자 측은 21일 “LG전자와 조성진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세탁기 손괴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LG전자의 조성진 사장은 검찰의 수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진열됐던 자사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를 LG전자 조성진 사장과 담당 임원 등이 고의로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조 사장이 두 차례의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아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사장이 다음 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석하고 나서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검찰은 CES 기간에 조 사장의 출국을 일시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