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공화당 총재.
현재 도보단식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신동욱 총재는 지난 21일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본질은 청와대가 비선조직을 완전히 정리한 것”이라며 “정윤회 씨의 언론 등장은 비선조직의 적폐를 뿌리째 뽑아냈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신 총재가 “강원도 동부전선을 거닐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며 보낸 메일의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비선조직과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계산은 이미 끝났으며 (이번 사건 역시) 결별 선언으로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집권 초부터 발생했던 인사 문제는 당연해 보인다. 그만큼 비선조직을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해줄 근거로는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만큼 여성행동학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연당한 여성의 대표적인 행동은 ‘긴 머리를 어느 날 갑자기 짧게 자른다든지, 겨울 바닷가를 혼자 걷는다든지’ 등의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행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정치지도자인 만큼 발언이나 워딩에서 심리적 상태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변화된 행동은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 때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발언으로 5월 19일 대국민담화 이후 4개월 동안 침묵을 지키다 “세월호 특별법 수사권과 기소권 주장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다”라고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였다.
두 번째는 지난 11월 25일 국무회의 규제법관련 발언에서 ‘단두대’, ‘암 덩어리’ 같은 강도 높은 워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중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은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 “우리나라의 규제건수는 2003년 7855개에서 올해 10월 말 현재 1만 4987건으로 불어났다”며 ‘암 덩어리’로 규제를 지목했다.
단두대는 프랑스혁명 때 무려 2만여 명의 사람 목을 참수한 기구로 처형된 머리는 장대에 달아 뭇 사람들에게 경고용으로, 몸통은 해부용으로 사용했을 만큼 공포의 상징물이다. 이처럼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은 국회의원 박근혜로 시작해서 대통령 박근혜까지 사용했던 워딩 중 가장 강한 어조다. 박근혜식 통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 번째는 12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일축하고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네 번째는 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결위원들과 이날 가진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나라를 잘 만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살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겁나는 일도, 두려운 일도 없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꿈이고 그 외에는 모두가 번뇌,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저에게 겁나는 일이 뭐가 있겠나. 오로지 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저는 그 목적 외에 제 개인적인 삶의 목적이 없다. 청와대의 실세는 진돗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7월 정부 2기 내각 출범 이후 완전히 비선조직과의 정치적 계산이 끝났다는 의미가 숨어 있고 오직 남아 있는 임기 3년 반 동안은 대통령의 딸이자 대통령으로서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과 국가’만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역사는 반복의 연속이고 과거의 황제나 왕은 은유법을 즐겨 써왔는데 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워딩은 행간을 읽어야하고 정치는 단면이 아니라 이면을 봐야하듯 ‘진돗개가 청와대의 실세다’는 표현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의미로 봐야한다. 진돗개의 주인이 대통령이고 대통령을 진돗개로 은유해 표현한 것이다.
내년 박근혜 정부 3년차는 올해 최대의 정치적 악재로 작용한 세월호, 비선조직, 통진당 등을 한꺼번에 모두 털어내고 강력한 국정운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