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현 노조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와 회계장부 반환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 회계감사를 역임한 김 아무개 씨는 26일 현대증권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진정 및 결의 처분 시정신청서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접수했다.
김 씨는 신청서를 통해 “현대증권 노조가 본인을 착오에 빠지게 해 회계감사직을 사퇴시켰고, 이를 철회하자 권한을 남용해 조합원 지위를 박탈했다”며 “더욱이 노조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과 노동조합 규약을 위반하며 회계감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노조의 회계감사직을 역임하다 지난 6월 노조 임원 보궐선거가 실시돼 당시 조승희 후보의 사무국장으로 입후보했다. 그러자 당시 노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아무런 근거 없이 모든 임원은 우선 출마 전 사퇴서를 제출해야한다고 알려왔다. 이에 임원등록 마감 직전이어서 규약 등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회계감사 사퇴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보궐선거 결과 이동열 노조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현 집행부가 당선됐다. 이후 지난 10월 15일 집행부는 본인에게 명확한 사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허위사실 유포, 난동 및 방화협박으로 징계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이틀 뒤 노조 규약에도 없는 양정위원회를 열어 본인의 조합원 제명을 결정했다”며 “심지어 소명의 기회조차 박탈하고 메일을 통해서만 소명을 허용하는, 최소한의 권리와 민주적 절차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조합원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시정신청서
특히 김 씨는 현대증권 노조가 회계감사 요구조차 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 규약 등을 확인해 임원선거 출마를 위해 회계감사직을 사퇴해야 할 근거가 없음을 알게 됐고, 지난 3일 회계감사 사퇴 철회서를 제출했다”며 “이어 회계감사직의 공석으로 이뤄지지 않은 2014년 상반기 회계감사 실시를 노조에 요구했다. 그러자 노조 집행부는 지난 16일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을 이전과 동일한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통보한 뒤 이틀 만에 본인에 대해 조합원 제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회계감사 요구 불응과 미실시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과 노조 규약의 위반 사항이다.
현재 김 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 및 결의 처분 시정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앞서 징계위원회의 조합원 제명 결정에 대해 대위원대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한편 현대증권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2013년 말까지의 회계장부의 반환을 둘러싸고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현대증권 노조는 “지난 17일까지 민경윤 전 위원장에게 회계장부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민 전 위원장을 상대로 조합비 회계장부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회계장부 훼손 우려, 조합비 횡령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 전 위원장은 “이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확인도 필요해 직접 만나 인수인계를 원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증권 노조의 대표자로, 회계장부 인수인계는 전·현직 대표자가 만나 확인하는 게 당연한 절차다”라며 “그런데 이 위원장은 대리인을 통해 인수인계하라고 직접 인수인계를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비 횡령 사건도 경찰조사에서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현재 검찰에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과 검찰에 제출한 현대증권 노조의 전표를 이 위원장에게 전달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민 전 위원장은 현대증권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이 위원장에게 회계장부 인수인계에 대한 확인서 서명을 요구했지만, 이 위원장은 우선 회계장부의 일체 반환을 요구해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파행되고 말았다.
김 씨 역시 “본인이 노조의 비민주적 노조 운영으로 인해 조합원에서 제명되는 등 피해를 보기도 했다”면서도 “현 노조 집행부가 전 노조의 조합비 횡령 및 회계장부 훼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현 집행부는 법령에 정해진 회계감사마저 회피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시정신청서 접수 배경을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