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에는 비자금 관리 방법, 아내 몰래 고가의 카메라를 손에 넣는 방법 등 다년간의 노하우가 담긴 조언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카메라 렌즈로 아내에게 맞아본 경험이 있다는 한 아저씨의 말이다. 국내 최대 사진 커뮤니티인 ‘SLR클럽’에는 아저씨들의 하소연이 줄줄이 올라온다. 비자금을 관리하는 방법,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고가의 카메라를 손에 넣는 법 등 다년간의 노하우가 담긴 조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캠핑, 오디오, 자전거 관련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모두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취미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의 최고 화두는 ‘비자금’이다. ‘실탄’이 있어야 장비를 살 수 있는 건 인지상정. 뻔한 주머니 사정에 기댈 곳은 ‘딴주머니’뿐이다. 고가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남성들 대부분은 비자금 계좌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공인인증서까지 갖고 있다면 들키기 십상이다. 이럴 때 아저씨들이 택하는 꼼수는 ‘쉐도우 통장’이다. 은행에 계좌 숨김을 요청하면 온라인뱅킹 이용 시 계좌 내역이 뜨지 않는다. 통장이나 카드를 직접 갖고 있는 사람만 돈을 유통할 수 있다. 이밖에 새로운 방법으로 비자금 관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게임을 즐긴다는 한 남성은 “아내 몰래 게임 아이템으로 비자금을 관리할 수 있다. 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아내에겐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이렇게 마련한 비자금으로 취미용품을 사도 문제다. 택배받기부터 눈치작전의 연속이다. 택배 메모에 “무조건 경비실에 맡겨 놓으세요”라고 쓰는 건 필수다. 혹여 집으로 배달되는 택배를 아내가 받는 날엔 모든 게 끝이기 때문. 카메라를 취미로 즐기는 또 다른 남성은 “택배 시킬 땐 무조건 목요일에 주문한다. 보통 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토요일에 아내 몰래 받으면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노하우를 적었다.
안전하게 받은 장비를 숨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남성들이 ‘보물상자’로 애용하는 곳은 자동차 트렁크다. 비교적 부피가 큰 물품도 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캠핑을 취미로 즐긴다는 남성은 “트렁크는 텐트를 숨기기 제격이다. 하지만 사놓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함정”이라고 적었다.
트렁크보다 더 안전한 곳은 아내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회사다. ‘SLR클럽’에는 사무실 책상 밑에 그득히 쌓인 카메라, 렌즈 상자를 찍은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모두 아내 몰래 회사에 감춰둔 것들이다. 아예 회사로 택배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등산을 즐긴다는 다른 남성도 “겨울 등산복이 네 개나 회사 사무실에 박혀 있다. 입어보지도 못하니 아까운데, 아내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고민이다”며 하소연했다.
몇 차례 ‘첩보전’ 끝에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어도 언젠가는 공개해야 하는 법. 아내가 눈썰미가 별로 없다면 대충 바꿔치기해도 모를 일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남편들이 택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가격 속이기다. 수백만 원짜리를 반토막내서 말하며 “싸게 샀다”고 둘러대거나, “큰 걸 샀더니 작은 것은 끼워주더라”고 ‘사은품 드립’을 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촉’ 좋은 아내의 검색 몇 번에 낚싯대나 카메라가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많이 택하는 방법은 이벤트 당첨이다. 가슴 졸이지 않고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회사로 택배를 받고 상품 포장과 함께 ‘축 이벤트 당첨’이라는 문구를 붙여 보내면 아내가 좋아한다”는 노하우를 전한 이도 있다. 게임을 즐기는 남성들 역시 “이전 버전이 있으면 AS하러 갔더니 최신 버전으로 바꿔주더라”고 얘기하면 감쪽같다는 방법을 공유했다.
취미용품 액수가 높아질수록 남성들은 대범한 행각을 보인다. 자동차 동호회 커뮤니티를 돌아본 결과 아내 몰래 차를 사서 몰고 다니는 대범한 남편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 남성은 “아내 몰래 5개월 넘게 스포츠카를 끌고 다닌 분을 본 적 있다. 한밤중에나 몰래 타러 나가고, 새벽에 세차하러 다니더라. 결국 한 달쯤 버티다가 눈치 빠른 아내가 추궁했다. 끝까지 발뺌하는 남편 때문에 아파트에 세워져 있는 모든 차량의 연락처를 확인한 끝에 찾아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남성은 “장인어른이 장모님 몰래 외제차를 뽑아 혼자 끌고 다녔다. 빨래를 챙기던 장모님이 차 열쇠를 발견했고 그 길로 차 열쇠 들고 주차장 한 바퀴를 다 돈 끝에 찾아냈다”고 놀라워했다.
낚시족들도 고가의 장비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긴 마찬가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연합뉴스
돈이 아닌 시간이 문제인 취미도 있다. 대표적인 건 낚시다. 10년 넘게 낚시를 즐겼다는 한 남성은 “낚시 취미로 두다보면 아내에게 ‘무슨 문상, 문병을 그렇게 자주 가느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아내가 임신 2개월인데 몰래 바다낚시 갈 방법이 없겠느냐”며 “태어날 아기 기다리는 것도, 다시 낚시하러 나갈 날도 까마득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내 속이기는 가장 후유증이 큰 방법 중에 하나다. 온라인에 떠도는 전설의 ‘취미 3대 사건’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SLR클럽’에서 전설같이 내려오는 에피소드 한 토막, 일명 국자 사건이다. 한 남성이 아내에게 “사람들이 무거워서 잘 안 쓰는 거라 싸게 사왔다”며 200만 원이 넘는 카메라 렌즈를 90만 원에 샀다고 속였다. 아내는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 렌즈가 망가지자 사진관에 수리를 부탁하러 갔다가 금액을 알게 돼버렸다. 아내는 국자로 200만 원짜리 렌즈를 산산조각 냈고 “나 그저께 400원 때문에 XX년이라는 소리 들었어. 이제 그런 소리 듣지 않을래. 잘 있어”라는 문자를 남긴 채 친정으로 떠났다.
비슷한 사건으로 1000만 원짜리 자전거를 수십만 원이라고 속인 사건, 60만 원짜리 이어폰을 3만 원이라고 속인 사건도 있었다. 이 두 경우는 남편을 의심한 아내가 물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제품의 ‘진상’에 대해 고발하면서 들통 났다. 누리꾼들은 댓글로 “남편 분 명복을 빕니다”라며 가정의 평화를 기원(?)했다.
하지만 취미활동을 하는 다수의 남성들은 “아내를 설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방법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A 씨(46)는 “카메라를 사려 클릭을 할 때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들키고 나서 거짓말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도 장비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집사람이 내가 가장 갖고 싶은 카메라를 선뜻 사주는 꿈을 꾸면서 눈물이 나더라. 언젠가는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물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이라고 말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취미가 직업된 사람들 미적분 풀이를 낙으로… “학원에 스카웃 됐어요” 취미로 섣불리 창업을 하면 열에 아홉은 실패한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이 즐겼던 취미가 일이 되면서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취미로 창업을 해 당당히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29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지점장까지 올라간 민찬기 씨(58)는 2003년 여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실적이 나빠진 은행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다. 번번이 재취업에 실패했던 민 씨는 5~6년간의 방황 끝에 자신이 20년 넘게 취미로 즐겨온 운동에서 답을 찾았다. 주로 앉아서 업무를 보는 은행에 있다 보니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운동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민 씨는 경험을 바탕으로 1인 연구소인 ‘운동처방연구소’를 만들었다. 민 씨는 “취미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일’ 그 자체다. 나의 경우 취미가 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일에 집중도가 높았다”며 “현재는 운동처방뿐만 아니라 사람의 뇌에 관한 공부도 하고 있다. 이 일은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후계자도 키울 계획이다”고 말했다. 2006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김옥성 씨(53)는 군 시절 취미생활로 시작한 풍란 재배를 창업으로 연결해 ‘풍란 전문점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돌에 붙어 자라는 ‘석부작’의 강한 생명력에 매료된 김 씨는 ‘석부작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 씨는 고객관리를 위해 심리상담자격증을 취득하고 우리나라보다 앞서있는 일본의 난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어까지 배웠다. 김 씨는 철저한 준비 끝에 창업 첫 달 200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김 씨는 성공비결에 대해 군인 출신답게 “미리 목표를 정하고 착실하게 준비해야한다”고 간단명료하게 귀띔했다. 이 밖에도 캠핑을 좋아해서 캠핑장 분위기의 음식점을 열어 창업에 성공하거나, 자출족(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직장인)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자전거매장운영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전거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취미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취미를 즐기면서 돈도 벌겠다”는 낭만적인 생각만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적극적인 도전정신은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청 지식서비스 창업과 관계자는 “40세 이상의 시니어 창업을 위해 전국 15곳에서 시니어 창업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며 “수요자가 많은 만큼 업종, 성공가능성 등의 심사를 거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
취미 넘어 중독으로 19금 용품 사고 또 사고 ‘제발 쫌!’ 좀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해 선택한 취미생활이 가끔은 자충수를 두는 꼴이 돼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기도 한다. 전업주부 A 씨는 남편의 특이한 취미생활 때문에 갈등을 빚다 최근 전문가의 상담을 받았다. A 씨 남편의 취미는 희소성이 있는 성인용품을 사 모으는 것. 부부관계 중 등장했던 성인용품은 애교로 넘겼지만 남편의 성인용품 사랑이 커져갈수록 A 씨의 근심도 늘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은 사용하지도 않는 성인용품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아내 A 씨는 사용하지도 않는 성인용품을 남편이 사서 모을 때마다 ‘다른 여자한테 사용해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망상까지 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이 사서 늘어놓은 성인용품에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었다. A 씨는 남편을 말려봤지만 남편의 성인용품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고가의 캠핑용품이나 카메라, 자전거에 취미를 가진 남편은 귀여운 편이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차력이 취미인 남편을 둔 이유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부인도 있다. 애완동물에 빠져 애완동물의 식비를 가족의 식비보다 더 많이 지출하는 남편이나, 서바이벌 게임에 빠져 한밤중에 동호회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을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어 놓는 남편도 있다. 남편의 취미 생활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중독수준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부부간의 불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취미생활에 몰두하느라 상대적으로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가정경제가 흔들릴 만큼 취미생활에 많은 지출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다. 이 경우 남편이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지만 가정에 불화가 발생했을 경우 배우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고가의 수석이나 난을 모으는 취미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는 한다. 젊은 부부의 경우 대부분 남편이 취미를 위해 고가의 장비를 사놓고 한 번도 쓰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건전한 취미생활을 위한 지출은 아내도 이해한다. 하지만 ‘사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남편의 경우 상담을 해보면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아내는 남편 마음속에 ‘허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 주고, 남편도 고착된 성격을 바꿀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