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에서는 ‘빅2’로 꼽히는 문재인·박지원 의원의 컷오프 통과가 유력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박주선·이인영·조경태 의원(왼쪽부터)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박은숙 기자
새정치연합 당권후보 ‘빅3’에 속했던 정세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컷오프 3위에 들어오는 후보가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최종적으로 당대표 후보에 등록한 인사들은 문재인 박지원 의원, 이른바 ‘빅2’와 박주선 이인영 조경태 의원이다. 후보 등록 전까지만 해도 비주류 측 대표주자로 김부겸 전 의원 추대가 급물살을 탔지만 김 전 의원은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외에 박영선 추미애 의원도 고심 끝에 출마하지 않았다.
김부겸 전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비노계 의원들이 불출마하면서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득표력이 상승했다. ‘김부겸 바람’도 피하고 범친노에 속하는 ‘정세균계 표심’도 껴안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친노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내에는 정세균 의원이 당대표 할 때 덕을 보고 들어왔다가 정치 활동하면서 친노계의 도움을 받은 인사들이 많다. 문·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 의원의 불출마로 교통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친노계 인사들은 정 의원의 빈자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조경태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할 경우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안에서는 조 의원의 역할에 대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저격수로 나섰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조 의원은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며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에 나섰지만 탈락한 바 있다.
정세균계 핵심 관계자는 “현재 문재인 의원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조경태 의원이다. 같은 부산 출신인 데다 그동안 꾸준히 문재인 저격수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갈 경우 문 의원에게 이미지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문 의원은 당선돼도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조경태 의원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조 의원의 경우 당대표가 되지 않고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득이 된다.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지역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당과 문 의원에 대한 강한 발언을 쏟아내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주류인 조경태 의원의 경우 원내에 딱히 자파 세력은 없지만 문재인 의원과 맞붙었을 때 본인만의 시너지 효과를 얻는 셈이다.
정세균 의원의 불출마 직후 당내 계파들 간에는 ‘러닝메이트’ 소문이 돌기도 했다. 빅3 안에 들어갈 1명을 빅2가 밀어주는 형식으로 문재인 의원이 박주선 의원을, 박지원 의원이 조경태 의원을 도와주는 물밑 거래가 진행된다는 것. 하지만 컷오프를 결정하는 예비경선 룰에서 당대표 투표가 1인 1표제로 결정되면서 러닝메이트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해당 룰이 적용됐을 때 ‘빅2’를 제외하고 컷오프 통과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이인영 의원이 꼽히고 있다. 이 의원은 조경태 박주선 의원에 비해 ‘486계’라는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젊은 피’로 입성한 486(40대·80년대 학번·60년생) 세력은 전당대회 전부터 누구를 대표로 내보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 의원이 나서게 됐다. 486계는 우상호 의원을 주축으로 김기식 서영교 김현 임수경 의원 등 범친노계와 이인영 의원을 필두로 하는 김승남 박완주 유은혜 의원 등 김근태계로 나뉘어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광역단체장 등 원외 요직을 맡고 있는 486계가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높다. 예비경선 선거인단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국회부의장뿐 아니라 전국대의원대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고문과 고문,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장, 당 소속 구청장 시장 군수 등이 포함된다.
이인영 의원이 3위에 올라섰을 경우 상대적으로 쇄신 이미지가 겹치는 문재인 의원에게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그의 젊은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지닌 박지원 의원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진 소장은 “이인영 의원은 김근태계의 표를 가져갈 것이고 486계와 겹치는 친노계 표는 문재인 의원에게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는 중진인 조경태 박주선 의원보다 젊은 이인영 의원이 살아남는 게 좋다”고 평가했다. 앞서의 친노계 보좌관도 “친노계 입장에서는 조경태 의원보다는 이인영 의원이 낫다. 이 의원이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데다 박지원 의원이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