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을 지지해왔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실리콘밸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선거자금 접수단체인 이른바 정치행동위원회(PACs)를 통해 전달됐는데 여기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민간정치자금 단체인 PACs에 전달된 후원금은 총 725만 달러(약 79억 원). 놀라운 것은 공화당으로 전달된 후원금이 민주당에 전달된 액수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공화당에는 53%, 민주당에는 47%가 각각 전달됐으며, 2010년에는 결과가 정반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공화당에 전달되는 IT 기업들의 후원금 액수가 민주당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는 것은 기업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령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가 지난해 기부한 정치 후원금은 3만 5700달러(약 3880만 원). 이 가운데 56%는 공화당에, 그리고 30%는 민주당에 전달됐다. 또한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인튜이트’의 CEO(최고경영자)인 스콧 쿡이 기부한 11만 6250달러(약 1억 2000만 원) 가운데 76%는 공화당, 그리고 11%는 민주당의 몫이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경우에는 정치 후원금 3만 800달러(약 3300만 원) 가운데 34%씩을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에 전달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정말 ‘힙스터’들이 보수적으로 변하기라도 한 걸까? 사실 여기에는 목적 달성, 즉 기업 이윤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감 또한 이런 변화의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기업의 이익과 관련해서는 실리콘밸리의 몽상가들도 결국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특허권에 관련된 민주당의 태도에 뿔이 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수년 전부터 IT 기업들은 이른바 ‘특허 괴물’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해 왔었다. 현존 기술(가령 휴대폰 관련 기술)을 살짝 수정한 후 특허권을 신청해서 보호받는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행태는 신제품 개발보다는 특허권으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후 특허권 법률 개정을 약속했었지만 결국 이 개혁안은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가 특허분쟁으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미국 변호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법률을 통과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실리콘밸리가 지난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양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된 공화당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들은 현재 공화당을 상대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를 위한 취업비자 발급의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브리게이드 미디어 회장인 매트 마한은 “실리콘밸리가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면서 “머지않아 디지털 산업은 워싱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IT업계 종사자들이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건 사실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정당별 후원금 액수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기부한 정치 후원금의 비율은 각각 65%와 35%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