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상의 색칠놀이 컬러링 북이 출판가를 휩쓸고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그려진 도안에 따라 칸칸이 색을 채워나가다 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다는 컬러링 북은 이른바 ‘안티 스트레스’, ‘아트 테라피’ 북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컬러링 북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아날로그가 주는 편안함을 꼽는다. 몰입해서 색칠하는 시간만큼은 ‘고요’를 자연스레 체험하게 된다는 것. 생활방식이 점점 디지털화되면서 역설적으로 감성적인 것들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아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색을 칠해나가며 집중력이 키워지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치유를 돕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만다라 도안을 칠하며 명상 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단, 컬러링 북의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아이 혼자 색칠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아, 이런 색을 골랐구나? 이렇게 칠하니 정말 예쁘네” 하면서 끊임없이 반응하고 공감해주자.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혼자 색칠하도록 내버려두면 잠시나마 여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곁에서 과정을 지켜봐주고 상호작용하며 완성된 컬러링 도안은 굳이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아도 그 시간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컬러링 북, 이런 점이 좋아요
그림 잘 못 그리는 아이도 쉽게 성취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무언가 손에 쥘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부터 본능적으로 낙서를 한다. 이렇게 시작한 난화(자유그림)야말로 아이의 창의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정해진 테두리에 색을 채워 넣는 컬러링 북보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것이 훨씬 신나고 재미난 미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아이들로서는 잘 그려진 밑그림에 색칠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주가를 올리던 당시 엘사와 안나, 울라프, 스벤 도안이 인기리에 다운로드되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소근육 발달, 집중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색칠놀이의 첫 번째 효과로 ‘소근육 발달’을 꼽는다. 일정 시간 동안 정해진 칸 안에 꼼꼼하게 색을 채워 넣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근육이 발달하며 집중력 또한 높아진다. 특히 요즘 나온 세밀한 디테일이 강조되는 컬러링 북들은 두꺼운 크레파스보다는 색연필 등을 주로 쓰기 때문에 소근육 자극에 더욱 효과적이다. 단, 컬러링 북에 색을 채워나갈 때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보통 성인의 경우 한 장의 컬러링 북을 완성하는 데 시간 편차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차이가 많이 난다.
산만한 아이는 단 5분도 집중해 색칠하기 힘들어 한다. 선을 구분하지 않고 찍찍 선을 긋듯 뭉뚱그려 칠하는 경우도 다반사. 반대로 지나치게 꼼꼼하고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는 색이 선 밖으로 칠해지거나 완성품을 만들지 못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라면 “색이 선 밖으로 삐져나가지 않게 찬찬히 메워나가는 거야. 한 번에 다하지 않아도 괜찮아. 바깥쪽부터 조금씩 시작해볼까”라며 격려해주자. 또 지나치게 꼼꼼한 아이는 “네 마음대로 색칠해봐. 머리가 굳이 금발일 필요는 없어. 원하는 색을 골라보자” 하며 허용의 범위를 늘려주고 스스로 선택할 여지를 많이 주도록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컬러링 북 4
만다라 그리기(유아 편)
도안을 따라 창의적으로 칠하며 마음의 치유를 돕는 만다라 워크북. 각 권마다 20개의 만다라 밑그림이 인쇄돼 있다. 삼라만상의 원리와 우주의 흐름을 상징하는 만다라는 명상과 심리 치료를 위한 미술치료로 자주 활용된다. 정여주 지음, 학지사, 3만5000원
알록달록 색칠 괴물
색깔 없는 밋밋한 마을, 소녀가 벽에 그린 색칠괴물이 살아 움직이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은 ‘글 없는 그림책’. 태어날 때부터 ‘색칠괴물’인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멘트가 인상적이다. 그림책공작소 카페(www.wellmadebooks.co.kr)에서 색칠이벤트 진행 중. 앨리스 호그스타트 지음, 그림책공작소, 1만원
OMY 디자인의 컬러링 북
유명한 도시의 랜드마크를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게 표현한 제품. 벽지처럼 벽에 붙인 후 색을 칠하는 자이언트 컬러링 롤(3만4000~4만1000원), 색칠한 후 한장씩 뜯어 일회용 식탁 매트로 쓸 수 있는 플레이스매트 (2만9000원), 컬러링 포스터(2만9000원) 등 다양한 용도로 출시되었다. www.oorioo.co.kr
고양이 삼촌의 ‘마이 캣‘
고양이 삼촌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유재선의 컬러링 북.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잔뜩 실려 있다. 1만3000원, www.jaesun-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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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시전 기자 / 사진 이주현 / 일러스트 이성우 /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촬영협조 그림책공작소(www.wellmadeboo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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