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남북국회회담이 여야 간 별 다른 이견이 없다는 점, 정부의 당국자 회담과 비교해 좀 더 유연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북측 입장에서도 정부와 비교해 거부감이 덜 하다는 점 등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 일각에선, 만기친람(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으로 일컬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컨트롤타워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야권에서 새해벽두부터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최문순 강원지사다. 최 지사는 5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북한이 언급하는 분산개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지만 북한이 동참하겠다면 상징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며 “비용이 적게 드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종목은 분산개최를 얘기해볼 수 있다”고 말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는 분산개최에 부정적인 정부 입장에 배치되기에 논란은 계속될 듯하다. 최 지사의 발언을 두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야권에선 적극 환영 의사를 밝히는 한편, 청와대는 9일 이에 대한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최 지사 발언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순풍이 불기 시작한 남북관계를 두고 여야 간 아젠다 싸움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북의 초청을 받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방북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에 박 의원은 적극적인 유감을 표시했으며, 국회 남북특위 위원장인 원혜영 의원은 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속 좁은 태도”라고 일갈했다. 현재 최 지사의 깜짝 발언을 두고도 여야 간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 한 해 양측의 대북 아젠다 경쟁 역시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