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남북특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 발언 이후 아무런 노력도 않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전면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명박 정부가 우스꽝스러운 일을 했다. 불용률이 90%가 넘는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을 대비해 기금을 마련해 쌓아두자는) 통일항아리’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런데 쓰지도 않으면서 쌀독에 쌀만 채우면 되겠나. 쌀독에서 제때 쌀을 퍼내지 않으면, 바구미 생겨서 먹지도 못하는 법이다. 기본적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제대로 쓰이면서 큰 역할을 하는 모습을 국민에 보여야 공감대가 생기는 법이다. (무작정 모으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결국 5·24 조치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결정적이다. 5·24 조치는 법적 결정이 아니다. 그저 행정조치다. 남북교류의 장애물로서 지나치게 과도한 기능을 하고 있다. 해제가 시급하다. 전면 해제가 아니면 단계적으로, 우회적으로라도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핫산-나진 개발’은 5·24 조치와 무관하게 가고 있지 않나. 해석 여하에 따라 금강산 관광도 재개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했다. 통일의 가치와 의미를 국민에게 쉽고 재미있게 인식시킨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 대박이 로또처럼 생각하면 큰일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저절로 통일이 되진 않는다. 그건 정말 로또를 기대하는 것과 똑같다.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이득인지 제대로 인식한다면 이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 발언 이후 1년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다. 공허한 주장이 되고 있다.”
―5·24 조치 해제와 별개로 인도적 지원 역시 답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상황과 관련 없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런데 실질적 진전이 없다. 이조차 온갖 이유로 다 불허하고 축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무런 조건과 관계없이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확실히 해야 한다. 전면 재개해야 한다. 본인이 공언한 얘기임에도 안 지켜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신년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남북국회회담’ 추진을 공언했다. 지난해 남북특위에서 결의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국회의장께서 적극적으로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우리로서는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특위에서 (남북국회회담과 관련해) 결의서를 채택하고 본회의에서 통과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방식과 규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추진하고 있다. 어떤 것을 고집할 상황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또 어떤 수준이든 열려야 한다. 다만 남북 의장 간의 일대일 회담보다는 외교통일위원장과 남북특위원장 등 대표성 있는 인사들이 함께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이종현 기자
―정부에선 별도로 당국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정부 측에서 국회의 남북회담을 견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아주 잘못된 거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이 문제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이, 장관이, 기관장이 열심히 하면 높게 평가하고 칭찬하는 게 일이다. 다 안고 가겠다? 국회도 다양하게 활동하게 해야 한다. 국회는 최소한 정부에 비해 책임 면에서 자유롭다. 북측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 할 수 있다. 당국 간 회담은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어 상당히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국회는 분위기 조성과 조율을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중간쯤의 역할이다. 만약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모든 것을 다 풀 수는 없다.”
―여야를 불문하고 통일부와 류길재 장관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국정감사 당시, 류길재 장관에게 ‘주사급 장관’이라고 질책한 바 있다. 통일부 장관은 통일문제와 남북문제에 관해서는 정부를 대표한다. 이는 국방부의 몫이 아니다. 그럼에도 류 장관은 외교 안보실을 장악하고 있는 군 출신 인사에게 눌려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사람들 반응을 사전 의식하다 보니, 지금처럼 주사급 답변만 나오는 것이다. 통일부는 최소한 남북관계에 있어선 청와대를 끌고 가야 하는데, 오히려 따라가고 있다. 소신 있게 선도해야 한다.”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보나. 악화일로가 예상되는 국내 경제 상황 속에서 청와대의 ‘깜짝 카드’로 거론되고도 있다.
“동기와 요인이 무엇이든 성사된다면 칭찬받을 일이다. 또 실제 우리 경제가 어렵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남북 경협 확대에 한국 경제 활로가 있다고 본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금 빈사상태이고 좀비상태다. 기술과 장비를 갖고 있는 우리 건설사들이 북한 내 인프라를 구축하면 어마어마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한국 제품이 북을 통해 유럽으로 가면 엄청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대북관계’다. 야당도 인정한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7·4 공동성명을 통해 군사적 대립관계였던 남북관계를 대화의 관계로 이중화시켰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대통령을 제외하고 국내 정치인 중 유일하게 북한 최고지도자와 대등하게 대화한 유일한 사람이다. 게다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전폭적 지지도 받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닉슨 전 대통령이 대중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처럼 박 대통령도 할 수 있다. 진보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야당보단 여당이, 그것도 정통성을 인정받는 박 대통령이 풀 수 있다. 지금이 적기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