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 씨.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재용 씨가 체포까지 된 것은 그가 검찰 소환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아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4번에 걸쳐 재용 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 또는 피고소·고발인의 경우 3번까지 출석 통보를 한 뒤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소환을 시도한다. 재용 씨는 뒤늦게 지난 5일 자진 출석했고 미리 영장을 발부받아놨던 검찰은 재용 씨가 출석하자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조사를 마친 뒤 이튿날 곧바로 풀려났던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재용 씨가 구속될 만큼 중한 혐의를 받고 있던 것은 아니다. 재용 씨는 가족의 병원 치료로 출석하지 못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런 사정은 얼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재산 환수 작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미납액을 모두 메울 만한 재산을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경매에 부치고 보니 생각만큼 값이 나가지 않거나 내놓은 재산이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은 2205억 원가량이고 이중 2013년 자진납부 의사를 밝혔을 때 남아있던 미납액은 1672억 원 정도다. 이중 실제로 현금화된 재산은 500억 원대 수준이다.
이는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내놓은 재산 중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의 잇단 경매 유찰 탓이 크다. 그나마 가장 목이 좋아 좋은 값에 금방 팔릴 것으로 기대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시공사 사옥마저 4번째 유찰을 맞았다. 공매가는 맨 처음 146억 원에서 현재 117억 원까지 대폭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팔릴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검찰은 ‘이런 상황이라면 자진납부한 재산을 다 매각해도 미납액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나마도 내놓은 재산에 복잡한 채무관계가 얽혀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검찰은 내심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추가로 재산을 내놓길 바라는 모습이다. 최소한 그게 안 된다면 부동산 채무관계라도 시급히 해결해 제대로 팔 수라도 있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재용 씨 체포·수사는 이런 입장 속에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의 체납금을 모조리 추징해나가겠다던 검찰의 초반 불타던 의지는 갈수록 전 전 대통령의 ‘자복’에만 기대하는 약한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