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윤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 아무개 씨(28)에게 박 씨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윤 씨는 사위 박 씨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는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윤 씨는 “박 씨와 사돈인 박 씨 부친이 운영하는 병원이 탈세를 했다” “환자를 모집해 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식의 다단계 영업을 했다”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75억 원을 탈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 글을 작성했다. 윤 씨는 이와 함께 사위였던 박 씨의 사진을 첨부해 이 씨에게 전송했다.
윤 씨에게 자료를 건네받은 이 씨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박 씨의 사진과 박 씨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이 씨의 비방이 계속되자 박 씨는 이 씨의 글들이 올라오는 포털사이트에 강하게 항의했고 같은 해 9월 해당 포털사이트는 이 씨의 글 작성을 차단했다.
사위 박 씨가 강력한 항의로 이 씨의 글 작성이 차단됐다는 사실은 장인 윤 씨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윤 씨는 이 씨에게 명의 도용한 아이디를 구입하라고 지시하며 돈을 건넸다. 이 씨는 윤 씨의 지시로 30여 개의 아이디를 구입했고 그해 10월까지 14차례 더 박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해결된 줄 알았던 사실무근의 비방글이 또 다시 대량 유포되면서 박 씨의 병원을 찾는 환자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병원의 명예가 추락하고 자신의 신상명세가 인터넷에 모두 공개돼 버린 사위 박 씨는 결국 장인 윤 씨를 형사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장인 윤 씨는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 10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부는(손주철 판사)는 “윤 씨는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하면서까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등 범행 정도가 과해 용인되기 어려운데도 피해자들과 합의하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윤 씨의 부탁을 받고 글을 올린 이 씨에 대해서는 윤 씨의 지시에 따른 점을 고려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김대현 공보판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박 씨의 외도’ 때문에 이혼소송이 진행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박 씨 측이 주장하는 피해사실이 있기 때문에 선처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믿었던 사위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낀 장인의 복수극은 영어의 몸이 되면서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