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에서 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박삼구 회장.
임금협상에 임하는 금호타이어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대표지회장 허용대)와 사측 주장은 양쪽 다 일리 있어 보인다. 큰 틀에서 간추려 보자면, 노조는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으니 워크아웃 이전 수준 임금에 근거해 그동안 고생한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고, 사측은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보다 더 많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2조 6000억 원, 영업이익 2772억 원, 당기순이익 1196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10년 말 858%에서 지난해 3분기 273%로 확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7873억 원에 당기순이익 5441억 원, 부채비율 88%인 한국타이어에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직전 상황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실적이다.
노조 측은 이 같은 실적과 워크아웃 졸업은 노동자들이 기본급을 삭감하고 임금·상여금을 반납해가며 노력한 데서 기인한 것이니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후에는 응당 노력의 대가를 보상해달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2009년까지 금호타이어의 임금 수준이 한국타이어보다 높았다는 말이 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2009년 이전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에서는 한국타이어와 비슷했지만 수익성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한국타이어보다 임금이 높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경쟁사에 비해 과도한 인건비·노무비 지출이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 이유가 됐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3, 14일 이틀간 부분파업에 돌입할 것과 12일부터 휴일·연장근무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전면파업을 각오하고 있다. 사측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호타이어 측은 “더 이상의 임금 변경안이나 수정안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박삼구 회장이 꺼내들 카드가 무엇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보장받고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올라 있는 박삼구 회장이 지금의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버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이 비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면서 경영권을 갖고 있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는 우리은행(14.15%) 산업은행(13.51%) 등 채권단이 됐다. 현재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모두 42.1%. 다만 채권단 지분 전량에 대해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문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전력을 쏟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일이 가장 먼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을 뿐 아니라 금호터미널·금호리조트 등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중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이를 매수하는 데는 약 2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 인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호고속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BK-케이스톤이 매각 가격을 높이려 한다며 격렬하게 다툴 만큼 금호고속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해서도 금호터미널을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 측이 생각하고 있는 금호고속 인수가는 3000억 원 안팎.
금호산업, 금호고속, 금호타이어 모두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박삼구 회장은 자금만 있으면 이들 계열사를 찾아오고 그룹을 재건하는 데 문제가 없다. 금호 측 계산대로라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되찾아오는 데 5500억~60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매각 가격이 시장 일부에서 예상하듯 6000억 원까지 치솟으면 필요 자금은 8500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다 금호타이어 지분을 찾아오는 데 드는 비용 7000억 원을 합하면 1조 5000억 원 정도를 마련해야 한다.
과연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이만한 자금원이 있느냐가 의문이다. 일부에서 박 회장이 금호고속이나 금호타이어 둘 중 하나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얘기나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과 달리 계열사 간 지분관계가 없는 데다 워크아웃 이전부터 노사 갈등이 빈번했다. 직장폐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금호타이어를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면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고속 전부 찾아온다는 원칙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걸림돌은 역시 자금이다. 현실적으로 금호그룹이 이들 3개 계열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기는 힘들다. 금호그룹도 이 점을 인정한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지금 당장 인수하지 않아도 되느니만큼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먼저 인수한 후 천천히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현재 주가가 하락해 있고 기업가치가 떨어진 탓에 금호타이어를 적정 가격에 매각할 수 없다고 판단, 추후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고 주가가 오르면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에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