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위 사진)에 이어 오정연 등 지상파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유재석의 경우 <무한도전>과 ‘런닝맨’이 건재하지만 강호동은 잠정 은퇴 기간을 마치고 복귀 후 선보인 프로그램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신동엽도 부활했지만 스튜디오물 위주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들어 다시금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느낌을 준다. 김구라는 개인사에 휘말리며 주춤하고 있고, 이경규는 ‘2014 SBS 연예대상’을 수상했지만 무게감이 전과 같지 않다. 그들에게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주어져 대중이 식상함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대중의 이런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유재석은 좀처럼 출연 프로그램을 늘리지 않는다.
당연히 업계에서는 “쓸 만한 MC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예능 PD들은 슬며시 물의를 일으킨 MC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되는 이는 탁재훈, 이수근, 김용만이다. 이들은 모두 불법 도박 사건에 휘말려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톱MC로 분류되던 이들이다.
탁재훈과 이수근은 2013년 12월 재판을 받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시기를 따져봤을 때 이미 그들은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다. 도박으로 인해 짊어진 죗값을 모두 치렀다는 의미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만은 2013년 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그는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항소하지 않았다. 김용만의 집행유예 기간도 오는 6월 끝난다. MC 부재로 갈증을 호소하던 예능 PD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수근의 경우 그동안 개그맨 선후배들과의 의리 때문에 부산에 위치한 공연장 무대에 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의 방송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예능가는 방송인 붐을 복귀시키며 대중의 반응을 살폈다. 도박 규모가 작아 징역형을 면한 붐은 벌금형에 그친 덕분에 다른 이들보다 빨리 방송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E채널 <용감한 작가들>로 연착륙을 시도한 후 지난 2일 KBS 2TV 파일럿 프로그램 <나비효과>에 출연하며 지상파 복귀를 시도했다. 그의 복귀 소식이 널리 알리지 않았던 터라 방송은 송출됐으나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예능 PD들이 기다리는 또 한 명의 MC가 있다. 다름 아닌 신정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신정환은 방송 활동 시절 ‘예능 PD가 가장 선호하는 MC’였다. 언변도 뛰어나지만 춤과 몸개그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보이며 남다른 예능감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12월 12세 연하의 연인과 결혼식을 올리며 ‘새 출발’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실제로 친분이 있는 몇몇 PD들이 신정환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타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컴백설이 도는 김용만, 이수근, 탁재훈(왼쪽 사진 왼쪽부터). 오른쪽은 KBS <나비효과>로 지상파 복귀를 시도한 붐.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김용만, 신정환, 이수근, 탁재훈 등은 MBC, KBS의 출연 금지 명단에 올라 있다. 이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총대를 멜’ PD가 필요하다. MBC 관계자는 “출연 금지와 해제 여부는 심의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들을 필요로 하는 PD의 요청이 있다면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MBC <나는 가수다>가 인기가 높던 시절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MBC 출연이 금지돼있던 가수 겸 작곡가 박선주를 섭외하려는 제작진의 요청을 받은 심의실에서 박선주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국민정서법’이 남아 있다. 출연 금지를 풀기 위한 건의가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대중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그들을 섭외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대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런 부담을 감당할 PD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한 후 지상파를 노리는 우회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든 이들도 있다. 지상파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이 그 주인공이다. KBS 출신인 전현무와 박지윤이 활약이 두드러진다. 전현무는 JTBC <히든싱어>, <비정상회담>이라는 간판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박지윤도 JTBC <썰전>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외에도 MBC 출신 김성주, 오상진, 최윤영과 SBS에 몸담았던 윤영미, 김범수 등도 눈에 띈다.
게다가 최근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부쩍 늘었다. KBS의 간판 동기 트리오였던 이지애, 최송현, 오정연은 시차를 두고 나란히 사표를 제출했고 김경란도 KBS를 떠났다.
이는 채널 다변화에 기인한다. 지상파 출신 아나운서는 몸담고 있던 자사 프로그램으로 복귀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타 방송사도 배타적이다. 하지만 아직 공채 아나운서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종편과 케이블은 몸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진행 능력이 안정적인 아나운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케이블채널의 한 PD는 “연예인+아나운서 조합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신뢰를 동시에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최근 프로그램은 많아지고 있는 반면 매번 같은 MC에 진부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고려한 제작진은 항상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며 “물의를 일으킨 MC들의 경우는 그들을 기용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방송가에서 그들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