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지난 4월16일 안양경찰서에 구속된 S댄스스포츠학원장 이아무개씨(49)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원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부 무자격 춤꾼들이 버젓이 전문강사 간판을 걸고 신체적인 접촉이 많은 점을 악용해서 상대방의 몸을 더듬는가 하면 마사지를 핑계로 애무를 일삼는 등의 추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이씨의 경우 간판에 게재한 이력은 사뭇 그럴싸했다. 한국 프로 선수 대표, 영국댄스스포츠 유학, 서울 부산 경기 지역의 대학교수 역임, 현재 A대학 사회교육원 지도교수 등등. 그가 내건 이력으로만 따지면 그는 댄스스포츠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댄스스포츠 학원에 숙소를 차려 놓고 원생들로 하여금 식사 준비까지 시키는 등 마치 수강생들을 하녀 부리 듯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명목으로 성추행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 행위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학원에 댄스스포츠 특기자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자신의 딸도 원생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이씨의 학원에서 한결같이 3개월을 못 버티고 나간 수강생들은 “댄스스포츠 지도자가 되고 싶은데 혹시 원장님께 반발하면 이 계통에서 앞으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불쾌함을 참아왔다”고 전했다.
이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유아무개양(21)은 “댄스스포츠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은 이해하지만 성추행 수준으로 몸을 만질 때마다 소름이 끼치고 역겨웠다”며 “수강생들끼리는 종종 그런 고통을 서로 이야기해 왔지만 차마 외부에까지 드러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지만 댄스스포츠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씨의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원장님이 좀 이상한 것 같다”며 수강생들이 스스로 학원을 그만두는 것으로 일단락되곤 했던 이씨의 변태적인 행위는 지난 13일 이 학원 수강생이던 하아무개씨(33)가 이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고소 전날 아침부터 학원에 나와 연습하던 하씨에게 원장인 이씨가 “몸이 뻐근하니 안마 좀 해 달라”고 접근한 것. 평소 지압에 관심이 많았던 하씨는 쾌히 승낙했고, 이에 이씨는 “연습실 바닥은 딱딱하니 내 방 침대에서 하자”며 하씨를 내실로 끌어들였다.
지압이 끝나자 이씨는 평소 어깨가 곧잘 아프다고 하던 하씨에게 어깨를 주물러 주겠다며 손을 댔고 급기야 강제로 옷을 찢고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속된 이씨는 “서로 원했던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씨가 운영하는 댄스스포츠 학원을 다녔던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이혼 이후 학원 내에서 살림을 차린 이 원장이 평소 “‘나는 책임질 일이 없어 유부녀가 좋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 온 걸로 봐서는 그런 피해를 입은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소위 ‘춤바람’ 난 사람들이나 배우러 다니는 것이라고 인식됐던 사교댄스가 최근 5~6년 사이에 문화센터는 물론 대학의 전공과목으로까지 위상을 높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갑작스런 붐은 오히려 무자격자들의 무분별한 학원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이번 이씨의 구속에 대해 댄스스포츠 관계자들은 “댄스스포츠가 이제야 겨우 건전한 스포츠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마당에 어이없는 일”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몇 년 전에도 수험생들을 성추행하는 바람에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던 사건이 있었지만 그냥 묻힌 걸로 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댄스스포츠 지도자의 자격을 묻는 조직과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하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