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흥업소에 등장한 근로계약서. 왼쪽은 영화 촬영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세상이 바뀐 만큼 술집 업주와 호스티스 등 종업원 사이에 새로운 ‘노사’ 관계가 형성되는 걸까. 업계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근래 들어 유흥주점 업주들은 호스티스들의 ‘탕치기’(선불금 사기)가 부쩍 늘어 심한 속앓이를 겪어 왔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주들로서는 선불금을 줘서라도 손님을 끌 만한 ‘선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이 같은 업계 관행을 악용해 일부 여성들이 선불금만 받고 줄행랑을 놓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오는 9월23일, 업주와 손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성매매특별법’의 발효를 앞두고 탕치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주들은 ‘탕치기’ 여성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있지만 최근 법원 분위기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성매매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선불금이 이용된다면 유흥업소 선불금을 안 갚았다고 해서 사기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게 판례의 추세이기 때문이다.
유흥가에서 ‘2차’는 공공연한 비밀. 결국 탕치기를 당하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업계의 속사정이 초유의 업주와 호스티스 간 ‘근로계약’을 탄생시킨 셈이다.
실제로 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선불금 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때문에 업주와 종사자 간에 상호고발이나 송사문제로 비화됐을 경우에 대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근로계약서는 일반 근로계약서와 사뭇 차이가 난다. 특히 ‘성매매 금지’ 조항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근로계약서 제4조 2항은 ‘갑(업주)은 웨이터, 마담 등의 칭호를 쓰는 직원으로 하여금 유흥접객원에게 성매매를 강요, 소개, 알선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5조 2항은 ‘을(종업원)은 유흥접객원일 경우 성매매를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종업원이 ‘성매매 강요’를 빌미로 선불금을 떼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근로계약서에 대한 업주와 종사자 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업주들은 “성매매 강요를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명시한 만큼 업소 종사자들 또한 성매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번 근로계약을 계기로 건전한 유흥문화가 정착될 것이다”는 입장이다.
반면 종업원들은 “업소 생리상 2차는 업주가 강요해서라기보다 수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종업원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한 불공정 계약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작성은 권고사항이다. 게다가 각 업소의 사정 등에 따라 불필요한 내용은 빼거나 내용을 수정·보완해 쓸 수 있도록 해 불공정 시비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이 초유의 근로계약서가 유흥가에서 성매매와 탕치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