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본인 스스로 폐기한 사건은 이러한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욱 파장은 컸다. 박원순 시장은 ‘헌장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절차적 한계를 폐기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본인이 약속한 공약보단 대권을 생각한 정략적 행위’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인권헌장의 중요한 논란거리였던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난 연말, 한 보수 기독교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성 소수자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외부에 밝혀지면서 ‘이중행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성소수자 인권헌장 제정 시청 점거 농성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이후 박원순 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권헌장 폐기를 두고 “절차적으로 실수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인정했다.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시장은 중재하는 위치다. 이런 측면으로 이해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제2 롯데월드’ 저층부(롯데월드몰) 개장을 임시 승인하며 재계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이후 다수의 시민단체에선 박 시장에게 개장 승인 취소를 적극 요청했지만, 박 시장은 “문제가 있다면 그 때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의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기반은 시민사회다. 다른 정치인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권주자로서 혹은 시정의 집행자로서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응당 자신의 정치기반인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에서 비판을 받기 쉽다. 더군다나 서울은 온갖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가의 중심이다. 안희정 지사의 지역 도정과는 큰 차이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대중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집중도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정치기반 탓에 박 시장으로서는 적잖은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