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대신해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대행하는 일부 ‘위탁업체’가 강사로부터 수수료를 과다하게 받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울에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A 씨는 계약이 끝나 새로운 학교와의 계약을 위해 여러 곳을 다녔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한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를 알게 됐다. 위탁업체로 들어가면 방과 후 학교 교사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말에 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강의료에서 떼 가는 업체 수수료가 예상 밖으로 너무 높았던 것. A 씨는 “업체가 떼 가는 수수료가 30%에 달했다. 업체가 워낙 많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있었던 터라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갔지만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다. 강좌에 학생 수가 많아지니 은근슬쩍 수수료를 40%로 또 올리더라”라고 전했다.
그동안 위탁업체의 수수료는 불문율에 부쳐져 왔다. 학교 측의 간섭 없이 업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다보니, 업체와 강사만이 아는 계약 사안인 셈이다. 강사의 경우 수업이 달려 있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쉽사리 과도한 수수료에 대해서 공개하지도, 항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게 일선 강사들의 주장이다. 한 위탁업체는 “수수료에 대해서 정확히 공개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한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 현황’에 따르면 위탁업체의 수수료 현황을 일부 파악할 수 있다. 사립대학에서 운영하는 몇몇 위탁업체는 수수료가 20% 남짓이었으나, 다른 업체는 수수료가 34~37%까지 치솟았다. 방과 후 학교 업계에서 유명한 두 업체는 평균 30%의 수수료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중 한 업체는 강사의 학생 수가 10명 미만일 경우 30%, 10명 이상일 경우 40%를 받는 ‘고무줄 수수료’ 방식도 취하고 있었다.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한 강사는 “수수료 최소 30%는 기본이다. 그 이하의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그 흔한 계약서 한 장 쓰는 일도 없는 경우가 있다”라고 전했다.
수수료가 30%일 경우, 강사에게 주어지는 ‘실 급여’는 얼마일까. 방과 후 학교 수업료는 수업마다 천차만별이다. 다만, 학생 1인당 강의료 3만 원짜리 강의라면 수수료 30%를 떼고 2만 1000원이 남는 셈이다. 여기서 소득세, 학교시설 이용료 등을 빼면 강사 손에 쥐어지는 수업료는 더욱 낮아진다. 이와 반면 위탁업체는 나날이 배를 불리는 구조다. 위탁업체 문제를 조사한 새누리당 송재형 서울시의원실 관계자는 “위탁업체의 매출을 파악해보니 분기당 ‘억대’의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위탁업체뿐 아니라 ‘송출업체’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위탁업체가 학교의 방과 후 학교 업무를 전반적으로 대행한다면, 송출업체는 강사만 학교에 파견하는 업체다. 송출업체와 계약을 맺은 강사들은 심하면 ‘50%~60%’까지 수수료를 떼이는 경우도 있다. 한 방과 후 학교 교사는 “일부 송출업체는 강사들 명의의 월급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관리하기도 했다. 수수료를 떼고 입금하는 방식인데 위탁업체도 예전에는 이런 방식을 종종 쓴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들의 ‘수수료 횡포’를 제어할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위탁업체의 수수료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어 위탁업체들의 프로그램 제안서를 받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 이후 수수료는 위탁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관여할 부분은 없다. 수수료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알 수도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최근 위탁업체의 수수료 문제를 파악하고 각 지방 교육청에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일요신문>이 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침의 기본적인 내용은 각 학교가 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은지, 혹시나 수수료가 높다면 그에 합당한 프로그램을 갖췄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민간 업체들이다 보니 수수료를 강제로 제어할 순 없다. 위탁 업체를 정하는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길 권고하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도 강사에게 수용비 명목으로 10% 떼는 경우도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부분도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고’를 넘어 과도한 수수료 횡포를 제어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과 후 학교에서의 위탁업체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송재형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으로 서울시내 597개 초등학교 중 65%에 달하는 ‘387개교’가 방과 후 학교 강좌를 외부기관에 위탁하여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탁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강좌는 2014년 1분기 기준 7524개로, 수업 시간만으로도 총 24만 5957시간이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수는 10만 2976명으로 전체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40%’를 차지한다. 그만큼 위탁업체가 방과 후 학교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송재형 의원은 “학교 입장에서는 위탁을 주면 알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수업의 질적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여러 지적에 대해 위탁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업을 운영하는 비용만큼 수수료를 적절하게 매기고 있다는 해명이다. 한 유명 위탁업체 관계자는 “출석부, 교재 등 수업 전반에 대한 코디네이터를 업체가 맡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수수료가 책정되는 것이다. 강사의 능력에 따라 수수료도 조절된다. 수수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지도 않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위탁업체들의 수수료 문제가 강사들 사이에서 ‘갑질 논란’으로 번짐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위탁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쯤에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고민들이 많다. 우선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전수조사에 따라 위탁업체의 갑질 실태가 대대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방과후 학교 위탁업체 ‘편중 현상’ 상위 10개 업체가 ‘독식’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송재형 의원(새누리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위탁기관 간의 편중 현상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 후 수업을 위탁하는 학교 387개 중 89%에 달하는 345개 학교를 위탁업체 상위 10개 업체가 ‘독식’하고 있기 때문. 송 의원 측은 “사실상 이들에 의해 방과 후 강사 수급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업체의 횡포와 학교와의 유착관계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여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학교와 위탁업체의 ‘유착’ 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를 학교에서 결정하는 만큼, 위탁업체는 교장과 교감과의 네트워크를 상당히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위탁업체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위탁업체를 만드는 사람들이 전직 고위 교육자 출신들이 많기에 학교와 상당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과정에서 유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부에서는 연합회를 조직해 공공연하게 친목을 다지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로비가 있지는 않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전했다. 학교 측과 업체 측의 친밀한 관계는 일부 방과 후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돌고 있는 얘기다. 한 송출업체 소속 강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에 면접 보러 가기 전 업체 대표가 ‘교감 선생님께 말 잘 해놨으니 편하게 보고 오라’고 했다”며 “수업 중 교감 선생님을 만났는데 ‘업체대표가 요즘은 잘 놀러오지 않는다’고 말해 놀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1년에는 유명 위탁업체 두 곳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초등학교 전현직 교장 16명이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위탁업체들은 방과 후 학교 사업에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학교장들에게 총 ‘2억 7000여만 원’의 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을 토대로 위탁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유착’ 의혹은 위탁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위탁업체가 학교와 유착하여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간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일선 강사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착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위탁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는 한편, 학교 측에 유착이 없도록 계속해서 강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