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지검 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가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과 영화배우 이정재 배임죄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켓 속의 인물은 이정재(왼쪽)와 이혜경 부회장.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일요신문> 1182호 ‘이정재-임세령 연애 둘러싼 궁금증 셋’에서는 이정재와 임 상무의 열애설과 함께 불거진 동양의 이정재 빚 100억 원 탕감설의 의혹에 대해 다뤘다. 이정재가 참여했던 시행사 서림씨앤디가 서울 삼성동 라테라스를 짓는 과정에서 시공사인 ㈜동양에 진 채무액 100억 원가량을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남편 현재현 회장과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실’로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일이 지난 2013년 10월 터진 ‘동양사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 ㈜동양채권자협의회 측은 <일요신문>에 “‘동양사태’와 이정재 관련 의혹은 무관”하다며 “따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항소심이 있던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협의회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재와 이혜경 부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이정재 씨가 진행한 라테라스 건설 사업에 160억 원 이상을 부당 지원했다”며 “이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죄, 이정재를 공범관계로 보고 배임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정재-임세령 열애설 공개 당시 ‘동양사태와 이정재 관련 의혹은 무관하다’던 입장이 2주 사이에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대책 논의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양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는 4만여 명으로, 피해액은 무려 1조 3000억 원대에 달한다. 피해자가 4만 명이 넘는 만큼 지난 동양사태가 불거진 2013년 10월 이후 동양 계열사별, 지역별로 크고 작은 피해자 모임들이 생겨났다.
그 중 동양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거나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조직은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동양채권자협의회, 동양그룹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동양레저·인터CP모임 등이다.
이중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티와이석세스 등 5개 동양 계열사 회사채·CP 피해자들이 모두 모인 협의회다. 그러다보니 규모도 가장 크고 동양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에 있어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피해자 3205명이 참가해 현재현 회장, 이혜경 부회장 등을 상대로 1조 7000억 원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는 당초 협의회와 같은 단체였으나 집단소송의 실효성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협의회와 갈라서 현재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양채권자협의회의 경우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와 달리 ㈜동양의 회사채 피해자들로 구성된 협의회다. 동양레저·인터CP모임 역시 계열사 통합 협의회와 별도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CP 피해자들의 모임이다.
이정재-임세령 열애설 당시 이정재와 관련된 의혹과 ‘동양사태’가 무관하다고 밝힌 것은 ㈜동양의 회사채 피해자들로 구성된 ㈜동양채권자협의회다. ㈜동양채권자협의회 측은 이정재가 배임으로 피소를 당했지만 여전히 이정재 관련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번에 이정재와 이 부회장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한 단체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다. 협의회는 “이정재 측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서림씨앤디 사업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동양사태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라테라스 건설 사업 초기 이정재가 주도하고 진행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부당지원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정재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두 단체는 이번 고발은 이정재가 부당지원을 받아 배임 혐의가 있는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이 부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동양사태의 ‘실체’라고 보고 동양사태에서 그의 비리 혐의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밝혀내려면 이정재에 대한 수사는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 대표이자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정률의 이대순 변호사는 “이번 고발 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에게 동양사태의 책임을 묻고 구속 수사하는 것으로 특히 이 부회장이 이정재를 부당지원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9년은 동양그룹의 전략본부 등 핵심인사들이 ‘이혜경 비선 라인’으로 교체된 시점이다. 그리고 2009년부터 2011년이 동양그룹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비자금 조성 의혹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그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정재가 부동산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라테라스 건설을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업은 시공사와 시행사가 공사비를 건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가장 쉽다”며 “이 부회장은 서림씨앤디를 부당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면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이 부회장이 이정재의 서림씨앤디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는 이 부회장이 이정재에게 160억 원 이상을 부당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확히 산출된 액수가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더 밝혀진다면 액수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이정재의 피소에 대해 이정재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4일 “이정재 씨가 라테라스 시행 건이나 동양 내부문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고발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다시 한 번 이정재 씨는 이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시행사나 시공사와 구체적인 거래 내용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앞으로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