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김봉길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약 기간을 1년 남긴 상태에서 경질되자, A 씨는 그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전면전에 나선다. 이를 알게 된 김 전 감독은 부평고 감독 시절부터 악연을 이룬 A 씨가 인천 감독되는 것만은 막겠다며 ‘A 씨 감독만들기 저지’에 앞장 선다. 두 사람은 10여 년 전, 부평고 감독 자리를 놓고 한 차례 충돌을 빚은 적이 있었고, 당시 A 씨로 인해 부평고 감독에서 물러난 김 전 감독으로선 A 씨가 인천 사령탑에 앉는 것은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천 구단의 사장 및 프런트에서는 A 씨를 차기 감독 후보에 올렸다. 문제는 최종 결정권자인 구단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감독 승인 서류는 계속 반려됐고, 인천시 측에서는 A 씨가 아닌 다른 인물을 원했다.
이와 관련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축구인 B 씨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천시에서는 김봉길 전 감독이 미는 후보도 싫고, A 씨도 싫다는 입장이었다. 새로운 인물을 찾다가 앞선 인물들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김도훈 감독이 갑자기 거론된 것이다. 더욱이 김도훈 감독은 유정복 시장과 같은 연세대 라인이다. 때마침 K리그 클래식에 젊고 패기있는 신임 감독들이 등장하는 추세에 김도훈 감독은 적임자였다. 김도훈 감독은 청소년대표팀 코치에서 이미 경찰청 감독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인천 프런트는 황당했을 것이다. 지난 8일 저녁까지만 해도 A 씨가 내정된 것으로 알고 보도자료까지 준비한 상태에서 하루 아침에 김도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김도훈이 ‘정치’를 타고 내려왔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김도훈 감독은 정치와는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즉 인천시에서 찍어 내려온 감독이었다.”
한편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해 12월 21일 김봉길 감독의 후임으로 이임생 전 홈유나이티드(싱가포르) 감독(43)을 선임했다고 발표했지만, 3일 만에 이 감독이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고, 감독직 수락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당시 이 전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임 감독인 김봉길 감독이 물러나는 과정에 대한 기사 등을 보니 이렇게까지 해서 감독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전 감독으로선 김봉길 감독의 경질과 관련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감독직 수락을 거절한 배경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선수단 구성과 코칭스태프 선임과 관련해서 프런트와 마찰이 생긴 걸로 알고 있다. 구단 재정 악화로 선수 수급에 문제가 있고, 감독 계약 기간도 1+1년이라 이 전 감독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이 인천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김봉길 전 감독과 A 씨의 물고 물리는 일련의 ‘사건’들이 존재했고, 그 싸움의 혜택은 김도훈 신임 감독한테 돌아갔다. 하지만 김 신임 감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구단 재정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선수들은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초보 감독이 할 수 있는 역량의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