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14년 한국 사회를 관통한 단어는 ‘슬픔’과 ‘분노’였다. 이는 수많은 어린생명을 앗아갔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치권의 소통 부재와 과거로의 회귀, 재벌과 있는 자들의 갑질, 이 모두 부조리가 만들어낸 결과다. 국민은 분노했고 슬퍼했으며 절망에 빠졌다.
한 시대가 부패하고 불의할수록 개혁과 변혁에 대한 의지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그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변혁을 꿈꿀 수밖에 없다. 설령, 그 자신이 주인공은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앞장서서 변혁의 기치를 올리기를 바란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조선 건국을 주도했던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 개혁주의로 이상 정치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의 사표 조광조, 대동사상을 꿈꾸었던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역모를 꾀하다가 죽임을 당한 조선의 아웃사이더 허균, 조선의 자주와 근대화를 꿈꿨던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한다>는 불평등하고, 불의하며,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 실패할 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안타깝고 슬픈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어떠한가. 정의가 살아 있고, 부조리가 없으며, 부정부패가 없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의 현실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자각, 즉 이 땅의 민초들을 옥죄는 부조리한 문제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신정일 지음. 루이앤휴잇. 정가 1만 69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