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전 행정관은 <덴마크 코끼리> 지은이 소개에 “모두가 ‘내 편’이기를 바라지만 본인은 항상 ‘남의 편’에 가 있는 의원회관의 ‘꼴통’ 보좌관. 기자보다 기자스럽고 국정원보다 국정원스러운 ‘선수 보좌관’으로 통한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김재경·권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총 5명의 공저자를 내세웠고, 음 전 행정관의 이름이 가장 위에 올라가 있다. 책 안에서는 구분 없이 ‘필자’라고만 지칭해 어떤 공저자가 어느 부분을 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음 전 행정관은 한 번 인사 정도 한 것이 전부”라며 “기획은 음 전 행정관이 아닌 다른 공저자가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안다. 음 전 행정관은 정치학 석사여서 같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어느 부분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덴마크 코끼리>를 펼쳐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등장한다. 먼저 지난 2007년 초 ‘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통하는 인사와 대화를 나눈 부분이다. 이때 핵심 참모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가 반드시 이긴다”며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그 근거로 “이번 대선은 의혹이 변수가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성인군자가 아닌 경제고 능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때 이명박 캠프가 17대 대선 프레임이 ‘도덕보다는 능력’임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다고 봤다.
그래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BBK, 위장전입, 위장취업, 땅투기 등 온갖 도덕성 공세에도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필자는 만약 이명박 후보를 향한 공격이 도덕이 아니라 ‘능력이 허상’이라는 식의 방향으로 공격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음 전 행정관이 배후로 지목했다는 유승민 의원에 관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7월이 되자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인 유 의원이 다급해졌다고 한다. 대형 이슈가 연일 터졌고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에서도 밀렸으며 검증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유 의원이 직접 BBK 연루 의혹, 국정원 공작설 등의 네거티브를 집중 제기했다고 한다.
필자는 “돌이켜보면 유 의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는 내용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핵심 캠프 인사가) 직접 네거티브 선거전에 뛰어들어 유 의원 자신뿐 아니라 한나라당 경선 자체를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빠뜨리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썼다. 네거티브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보면서도 캠프 핵심 인사의 네거티브 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