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가 남다른 관심을 받는 이유는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던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는 통일교 소유다. 청와대가 껄끄러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세무조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조차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시점에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통일교나 국세청 모두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긴 하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시작됐던 통일교 일부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점에서 특별 세무조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의 국세청 관계자 역시 “정기세무조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더군다나 2013년 10월부터 시작됐다는 통일교 세무조사는 지난해 초 이미 중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연장선상 차원이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1년여 만에 세무조사가 재개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일교와 <세계일보> 내부 역시 흉흉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일보>의 한 기자는 “여권이 지난해부터 통일교 주변을 샅샅이 훑고 있다는 얘기는 편집국 내에서 예전부터 돌았다. 세무조사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탈세를 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납득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정윤회 이외에 문건을 8개 추가로 가지고 있으며 조만간 폭로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