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서 교수.
김 씨는 이날 새벽 1시경 만취 상태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혼미한 의식 상태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그는 머리에 충격을 받아 머리뼈가 부서지고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의 혈관이 터진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다량의 뇌출혈과 뇌를 압박하는 심각한 뇌부종이 발생했다. 양 교수는 뇌의 압력을 풀어주기 위해 머리뼈를 200㎠ 가량 절제해 두개골과 경막을 열고 응고된 피를 제거했다.
뇌 경막하 출혈과 뇌부종은 해결했지만 절제한 머리뼈 부위를 다시 덮는 일이 문제였다. 기존 치료방식은 자가뼈 이식이나 골(骨)시멘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상 당시 머리뼈 손상이 심했고 절제 부위가 넓어 정확한 모양의 머리뼈 이식이 필요했다. 또 김 씨의 경우 심장이 약해 장시간 수술을 할 경우 합병증의 위험도 컸다.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양 교수는 3D프린팅을 이용해 인공 머리뼈를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분석결과를 토대로 컴퓨터이용설계(CAD) 방식으로 3D설계도면을 만들었다. 데이터를 3D프린터로 전송하고 환자에게 딱 맞는 티타늄 소재의 인공 머리뼈를 제작해 2주 뒤인 2014년 12월 29일에 이식할 수 있었다. 인공 머리뼈를 이식하고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다. 기존 수술법의 경우 수술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 씨는 현재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수술 부위 상처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이다. 김 씨의 가족들 또한 “최신 3D프린팅 기술 덕분에 수술시간이 짧았고 머리뼈도 완벽하게 복원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3D프린팅 기술은 산업계에서 의료분야로 점점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 뼈는 기존 플라스틱 재질이나 골 시멘트가 아닌 금속 재질의 티타늄을 사용한다. 수술 시간이 절반도 되지 않고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합병증이나 감염의 위험도 적다. 단 높은 비용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원도에서 최초로 3D프린팅을 이용한 인공 뼈 이식에 성공한 양 교수는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보다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데 인공 뼈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3D프린팅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인체의 장기를 완벽하게 재현해 의료계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