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 2차 세계대전 때처럼 국가 간의 전면전은 아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이슬람 대 서방 간의 전쟁이라는 성격을 띤 분쟁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이 시대를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9.11 이후 이슬람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전, 내전, 내란, 소요, 테러를 비롯해 최근 파리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나 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등을 보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슬람 전사의 탄생> 저자 정의길은 “이 비대칭적 장기 국제전의 속살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1979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시계를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기점으로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부터 2014년 IS의 탄생까지 지난 35년간 이슬람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1979년 아프간 전쟁 이전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현대 이슬람주의 토대를 마련한 와하브파의 동맹에서부터 이란의 이슬람 혁명까지 이슬람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풀어놓는다.
2부에서는 1979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베트남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미국, 특히 CIA는 ‘아프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들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소련과 사회주의 정부에 맞서는 이슬람 세력(무자헤딘)에 엄청난 무기와 군사 교육을 지원한다. 이슬람 부호들은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오사마 빈 라덴이 1차로 부상한 것도 이 시절 모금전문가로 활약하면서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후, 소련은 결국 철군을 선언한다. CIA는 쾌재를 불렀다. 그들이 뿌린 씨앗이 후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3부와 4부는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성장, 그리고 탈레반의 부상을 살펴보고 5부에서는 부시의 실패한 ‘테러와의 전쟁’을 집중 조명한다.
6부는 오바마 취임 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빈 라덴 제거에 집중하여 2011년 5월 1일 결국 빈 라덴을 제거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알 카에다 이라크지부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이름과 조직을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아랍의 봄’은 시작되었지만 지리멸렬한 세속주의 정치세력과 친서방 세력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이슬람주의 세력이 힘을 얻어갔다.
이 책의 안내를 따라 현대 이슬람주의의 탄생에서 IS의 탄생까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왜 이곳의 이야기가 이렇게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이스라엘) 구도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이슬람주의 분쟁, 독재정권 등 권위주의 세력과 민중 사이의 민주화 분쟁,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의 분쟁, 중동 역내 국가 사이의 국가 분쟁 등 여러 겹의 갈등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구도도 선-악의 틀로 간단히 해석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국제전문기자인 저자는 “평소 독자들로부터 맥락 없이 보도되는 중동 등 이슬람권 분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며, “특히 9.11 테러를 전후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활동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소개된 책이 국내에 없다는 현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정가 2만 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