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재은의 <노랑머리>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까닭은 그가 유명 아역 배우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대중이 어린 모습을 기억하는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우가 돼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펼치면 더욱 큰 화제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부분이 그들의 연기 행보에 부담이 되건 안 된다. 그들 역시 성인 배우가 된 뒤에는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게 연기 활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은, 우리에겐 ‘미달이’라는 캐릭터로 강인하게 기억돼 있는 아역 배우 출신 배우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 김성은과 함께 방송을 한 경험이 있다. 기자 역시 미달이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했지만 방송을 함께 하며 실제로 접한 김성은은 매우 당차고 똑 부러지는 여성이었다. 미달이에 대한 기억, 미달이 캐릭터로 인해 학창 시절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사연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김성은이지만, 실제 만나 보니 그는 전혀 다른 여성이었다.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확실하며 당찬 20대 여성이랄까.
영화 <꽃보다 처녀귀신>을 통해 노출 연기를 시도한 김성은을 두고 네티즌들이 다양한 반응을 쏟아 냈다. 그렇지만 김성은은 자신의 트위터에 “연민을 느끼고 동정하지 마세요.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스트레스 없고 고통이 살고 있답니다”라는 글을 남기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성은 다운 반응이 아닐까 싶다.
<꽃보다 처녀귀신> 예고편 캡쳐
문제는 <꽃보다 처녀귀신>이 어떤 영화인가 하는 부분이다. 아쉬움은 여기서 짙게 남는다. 기본적으로 극장 개봉을 목적으로 한 영화는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지난 15일 개봉했지만 워낙 상영관이 적었던 터라 27일 기준 관객 수는 불과 1500여명이다. 다만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에선 극장 동시 개봉작으로 분류돼 10000원에 서비스되고 있다. 사실상 수익 모델은 IPTV 등 VOD 서비스와 온라인과 모바일 다운로드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확실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야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작품성 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이 분명한 영화다. 작품성과 상업성 가운데 어느 측면에 더 중점을 둔 영화에 출연하느냐 역시 배우의 자유다. 다만 김성은이 이왕 노출 연기를 펼칠 것이라면 보다 작품성에 중점을 둔 극장 개봉 영화였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성인 배우로 연기를 하고 싶은 김성은에게 온 기회가 <꽃보다 처녀귀신>이었으며 그가 그 기회를 선택했을 뿐이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에게 더욱 다양한 연기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물론 더욱 좋은 일일 터이고. 그의 말대로 ‘스트레스 없고 고통 없는 그의 선택’이기에 존중한다.
영화는 나쁘지 않다. 요즘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야한 영화들을 보면 수준 이하의 영화들이 많다. 뭘 얘기하는 지 애매하고, 지루한 데다, 심지어 실제로는 그리 야하지도 않은 영화들도 많다. 그렇지만 <꽃보다 처녀귀신>은 기본적으로 재밌다. 코믹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나름 탄탄하다. 적어도 말은 되는 스토리의 영화로 그냥 킬링타임용으로는 무방한 영화다. 사채 빚으로 힘겨워하다 행방불명된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사채회사에 취직한 남자 주인공이 사채를 받으러 갔다가 만난 무당과 인연을 맺는 스토리가 그냥저냥 재밌게 볼만하다. 처녀귀신을 활용해 부부 성생활 회복 프로젝트에 나서는 무당의 이야기도 나름 신선하다. 김성은의 파격 베드신이 등장하지만 과거 에로비디오처럼 베드신에만 집중하는 영화도 아니다.
<꽃보다 처녀귀신> 예고편 캡쳐
@ 줄거리
영웅(안재민 분)은 대기업에 다니며 여자 친구와의 결혼을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여자 친구 연희(김성은 분)가 사채 빚으로 행방불명되자 대기업을 그만두고 사채회사에 입사한다.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서다.
사채회사에 입사한 영웅은 가장 난해한 고객인 홍두문(장혁진 분)을 담당하게 된다. 채무자 홍두문은 본래 건달인데 신 내림을 받아 무당이 됐다. 무당이 된 뒤 사채를 얻어 강가의 오래된 펜션을 구입해 점집을 열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다. 결국 사채 원금은커녕 이자도 계속 밀려 불량 채무자가 된 홍두문, 그런데 그를 담당하는 사채회사 직원들이 연이어 정신병에 걸려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이제 영웅이 그의 담당자다 된 것이다.
홍두문은 자신의 강가 펜션에 원한을 풀어 달라고 찾아오는 귀신들 가운데 처녀 귀신들만 골라서 계약을 맺는다. 그렇게 소현(맹승지 분) 등 몇몇 처녀귀신들이 홍두문의 강가 펜션에 함께 살고 있다. 홍두문은 성상담을 주로 하며 그렇게 찾아온 부인들의 몸에 처녀귀신의 몸을 빙의시켜 새로운 섹스 테크닉으로 부부 성생활을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다만 홍보가 잘 안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영웅은 홍두문을 만나러 강가의 펜션을 갔다가 처녀귀신들을 만나게 된다. 그 역시 정신병에 걸릴 위기에 휘말리지만 그렇지만 그럭저럭 위기를 넘긴 영웅은 홍두문 가까워지며 그의 사업을 돕는다. 게다가 홍도문이 사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렇게 가까워진 홍도문은 이제 영웅의 여자친구 연희를 사채의 구렁텅이에서 탈출하도록 돕기 시작하는 데…
<꽃보다 처녀귀신> 예고편 캡쳐
@ 베드신 / 노출 정보
기본적으로 영화 <꽃보다 처녀귀신>의 노출은 김성은이 등장하는 베드신 정도가 정통 베드신이다. 나머지 두 번의 베드신이 더 등장하는 데 하나는 공포, 하나는 코믹이 베이스에 깔려 있어 에로티시즘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베드신이다.
#첫 베드신 (1분 20초가량. 가슴 노출)
처녀귀신이라는 이 영화의 주된 소재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영웅이 전임자로 보이는 사채회사 직원이 홍두문을 찾으러 산길을 거닐다 처녀 귀신을 만나 산속에서 성관계를 갖는다. 여성 상위 체위로 여성의 가슴 부분이 노출된다. 그렇지만 성관계 도중 여성이 처녀귀신의 무서운 모습으로 변신해 남성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에로보단 공포에 가까운 장면인데, 사실 코믹이 더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2번째 베드신(2분 18초 가량. 가슴 노출. 김성은 등장)
김성은이 등장하는 본격 베드신이다. 홍두문을 만나러 갔다가 처녀귀신들을 만난 뒤 정신을 잃은 영웅(안재민 분)의 꿈속 장면이다. 꿈 속 장면이니 영웅의 환상 내지는 과거 회상이다. 즐거운 연인의 베드신으로 전체적인 성관계를 연희(김성은 분)가 주도하며 이번에도 여성 상위 체위가 강조된다. 김성은의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나 노출 수위도 꽤 높은 편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색깔과 달리 이 베드신은 화이트 톤을 강조하며 밝은 분위기가 강조됐다.
#3번째 베드신(3분 36초가량, 가슴 노출)
홍두문의 사업인 부부 성생활 회복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부부 관계가 소원해진 부인의 몸에 처녀귀신이 빙의돼 남편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으로 도중에 처녀귀신이 몸에서 빠져나오고 부인이 남편과 환상적인 성관계를 갖는다는 콘셉트다. 베드신 자체도 일정한 노출 수위를 유지하며 진행되지만 코믹한 요소가 다소 강조된 장면이다.
<꽃보다 처녀귀신> 예고편 캡쳐
@ 에로 지수 : 30
전체적으로 야한 영화는 아니다. 처녀귀신과 계약을 맺은 무당이 부부 관계가 소원해진 이들의 성생활을 회복시켜 준다는 소재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노출과 베드신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김성은의 베드신은 다소 엉뚱해 보인다. 스토리의 흐름과 무관한 영웅의 꿈속에 등장하는 베드신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녀귀신으로 부인의 몸에 빙의돼 성관계를 갖는 캐릭터인 ‘소현’ 역할의 맹승지는 본격적인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이 없다. 김성은의 베드신은 ‘김성은의 파격 노출’이라는 최고의 홍보 문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된 장면으로 보인다. 에로티시즘보다는 코믹과 스토리에 중점을 둔 영화라 높은 에로 지수를 주긴 어려운 영화다. 다만 김성은의 노출 열정은 높이 평가해 ‘30’으로 에로 지수를 정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