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재벌 4세인 박 아무개 씨(47)에게 30억 원을 요구한 김 아무개 씨(30)와 오 아무개 씨(48)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 공갈과 성폭력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을 적용한 이유는 박 사장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찍혀 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 지역(대구) 대회 출신인 김 씨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여성 A 씨가 재벌그룹 오너 4세이자 해당 그룹 계열사 사장인 박 씨와 성관계를 갖는 깊은 사이임을 확인하고 박 씨를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 지난해 초 김 씨는 자신의 남자친구인 오 씨와 공모해 A 씨의 거주지이자 박 씨와 A 씨가 만나 성관계를 맺는 장소로 활용된 A 씨의 오피스텔 천장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동영상을 확보하게 된 김 씨 일당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박 씨에게 A 씨와 성관계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30억 원을 자신들에게 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퍼트리겠다고 협박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박 씨는 이에 끌려 다니며 김 씨 등에게 몇 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박은 계속 됐고 박 씨는 지난달 중앙지검에 김 씨와 오 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김 씨와 오 씨는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씨와 A 씨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관계를 여러 번 한 것은 맞다. A 씨는 자신의 친구인 김 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동영상을 촬영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김 씨와 오 씨는 18살의 나이차가 있지만 서로 10년 사귄 연인 사이라고 한다. 동종 전과는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성관계 영상 원본을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박 씨가 옷을 벗은 장면이 선명하게 나와 있으나 박 씨가 A 씨와 직접 성관계를 맺고 있는 장면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국내 10위권대의 재벌 그룹 오너 일가로 아내인 김 아무개 씨와의 사이에 두 명의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그룹 관계자는 “박 씨는 계열사 사장으로 그 분의 개인적인 일이라 특별히 얘기할 내용이 없다. 박 사장은 부인과 별거나 이혼 상태는 아니며, 부인과의 사이에 딸만 두 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는 해당 그룹에서 몇몇의 사촌 형제들과 함께 현재 오너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라 향후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당 그룹 회장은 다른 그룹 회장들과는 달리 언론 생리도 잘 알고 재계에서도 이미지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와중에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박 사장이 사생활 문제로 이슈가 되면서 해당 그룹은 안팎으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소 낯 뜨거운 이번 사건에 대해 재계는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땅콩 회항’ 논란으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구속되며 여성 오너 3세가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터라 이른바 ‘오너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던 터다. 재계에서는 박 사장이 불가피하게 고소를 선택하게 됐지만 향후 이미지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 오너 일가들과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풍문은 재계의 오랜 가십거리다. 재벌들은 자연스레 연예인, 운동선수들과 친구처럼 자주 어울리다 보니 가끔 남·여 간에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보통은 합의하에 성관계 등을 맺고 재벌들이 상대 여성에게 용돈 식으로 조금씩 돈을 주는 경우가 많고 협박은 없었다. 이번 경우는 한 번 주면 계속 줘야 하니까 박 사장이 어쩔 수 없이 고소를 택한 것 같다. 하지만 이병헌 사건에서처럼 박 사장이 이긴다고 해서 결코 승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