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학습지로 유명한 교원그룹이 CJ푸드빌의 웨딩·연회사업에 대한 인수설이 돌고 있다. M&A 관련 보수적인 자세에서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사진은 교원 빌딩.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1985년 설립된 교원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창립 30주년인 2015년을 혁신을 통한 성장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지난 2010년 신년사에서 ‘2015년 매출 3조 원’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교원그룹의 2013년 매출액은 1조 2238억 원. 지난해 매출액 역시 이와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9년 1조 878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이후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 지난해까지 장 회장이 말한 매출 3조 원의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교원의 현재 사업구조상 올해 매출액이 2배로 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5년 전 장 회장이 신년사에서 내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원이 M&A 시장에서 대형 빅딜에 성공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M&A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교원이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교원과 장 회장이 M&A 시장에서 보인 행보를 보면 대형 빅딜은 물론 소규모 M&A일지라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현금창출력이 높다 보니 M&A 시장이 열릴 때마다 단골 후보에 오르는 듯하다”며 “M&A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경영진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2015년 매출 3조 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원은 지난 2012년 웅진코웨이, 2013년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둘 다 막판에 포기했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처음엔 KTB사모펀드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숏리스트(입찰적격자)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단독 입찰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동양매직 인수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지만 인수 가격 문제로 포기하고 말았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현재 M&A 시장에서는 현금창출력이 높고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교원그룹을 단골 후보로 거론은 하지만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고 있다.
웅진코웨이와 동양매직 인수전 모두 막판 가격 문제로 틀어지기는 했지만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교원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원 입장에서는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지지만 매각 주체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간만 본다’고 불만을 터뜨릴 만하다.
장평순 그룹 회장
교원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장점인 방문판매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신규사업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며 “한꺼번에 덩치를 키우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가자는 게 경영진 생각”이라고 전했다. 교원은 현재 방문판매 영업 노하우와 조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수기·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다. 출판사 방문판매로 시작해 정수기·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넓혀간 웅진그룹과 윤석금 회장의 영업방식과 업종 등 지난날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교원은 지난 1월 26일 CJ오쇼핑의 화장품 브랜드 ‘르페르’를 방문판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교원의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방문판매 영업이 앞으로 얼마나 더 효력을 가질지 의문인 데다 학습지 시장이 정체 혹은 하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마땅한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해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원이 CJ푸드빌의 웨딩·연회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비록 CJ푸드빌이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네 곳의 연매출이 모두 합해 250억~300억 원 수준이어서 웅진코웨이, 동양매직에 빗대기는 힘들지만 만일 교원이 이곳들을 인수할 경우 상징적인 변화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교원이 지난해부터 외부 대기업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변화의 한 부분으로 맞물리고 있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현재 교원의 계열사는 ㈜교원, 교원구몬, 교원여행, 교원라이프 네 개로 돼 있으며 모두 비상장사다. 계열사였던 교원L&C가 ㈜교원에 합병됐으며 교원인베스트먼트는 유명무실하다는 것. 이들 계열사를 중심으로 학습지 등 교육문화사업, 화장품·정수기·상조사업 등 생활문화사업, 호텔연수사업·여행업 등 호텔레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문화사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 시선에서는 충분히 신사업 진출과 M&A가 절실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교원은 여전히 신중하고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CJ푸드빌의 웨딩·연회사업 인수 문제와 관련해 교원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업부에서 현황을 파악하는 정도일 뿐 본격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앞서 간 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J푸드빌 측과 교원 측이 서로 웨딩·연회사업의 매각·인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J푸드빌 역시 이들 사업에 대한 매각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웨딩·연회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철수 방식에 대해서는 더 논의할 예정”이라며 “해당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관련 사항들이 꽤 구체적으로 나온 상태에서 양쪽 다 부인하고 있는 것은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미 틀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2015년이 장평순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혁신을 통한 성장의 원년”이 될지는 CJ푸드빌의 웨딩·연회 사업 인수 여부가 기점이 될 듯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