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마사회
사이먼퓨어는 2003년생으로 마령 12세다. 현역시절 15전3/5/2(평균 우승거리 1466미터)의 성적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2위 2회와 3위 1회가 블랙타입경주 성적이다. 최종 클래스는 G2P(그레이드2 경주 입상마)다. 거리적성은 평균 우승거리를 봐도 알 수 있듯 현역시절 활약만 볼 때는 그리 길지 않다. 1200미터에서 1700미터까지의 구간에서 입상을 했고 그 이상의 거리에선 입상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이 말이 갖고 있는 도시지프로파일 상으론 장거리 인자도 갖고 있다. [B:8 I:1 C:10 S:0 P:3]으로 최장거리 유전인자인 프로페셔널이 3이나 된다. 이 인자는 물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모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퇴역 후에는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약했지만 2세마 부문에서 2011년 149위를 한 것 외에는 리딩사이어에서 이렇다할 기록을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개별자마들은 제법 우수한 마필을 생산했다. 외국에선 모두 86두의 자마가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49두가 경주에 출전했고 36두가 우승맛을 봤다. 자마들의 총성적은 485전 84승(17%) 2위 64회(31%)였고, 평균우승거리는 1236미터였다. 특히 능력마 배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상우승마도 2두(3회)나 배출했다.
아무래도 현역시절 성적이 크게 주목받을 만큼은 못되었기에 씨수말로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수적인 열세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내용면에선 의외로 알찬 구석이 있다. 국내 최강의 씨수말인 메니피와 비교해보자. 메니피는 431두 중에서 219두가 실전에 투입됐고 이 가운데 15두가 크고작은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제법 중량감 있는 대상경주로만 한정하면 10두 미만이다. 국내대회와 미국대회의 경마수준 차이와 수적인 열세를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닌 셈이다.
사이먼퓨어의 이 같은 씨수말 능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특히 모마인 라이프스매직(Life’s Magic)은 일세를 풍미한 마필이었다. 턴투(TURN-TO)계열의 씨암말로 현역시절 활약이 대단했다. 32전을 뛰었는데, 8승을 낚았고 2위와 3위도 각각 11, 6차례나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말이 뛴 경주가 거의 모두 블랙타입 경주였다는 것이다. 최고 클래스 대회인 [G1]대회도 무려 25번 출전해 그 중 20회나 3위 이내(5/9/6)에 들었다. 은퇴무렵에 출전한 경주에서도 3회 연속으로 4위를 차지했을 만큼 끈끈한 능력마였다. 평균우승거리는 1776미터로 장거리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아들인 사이먼퓨어에게 장거리 유전인자를 물려주었다.
부마는 실버데퓨티(Silver Deputy)로 노던댄서 계열의 말이다. 현역시절 2전 전승을 거뒀고 이 가운데 1승이 블랙타입경주였다. 실전경험이 아주 적지만 이 말의 부마가 데퓨티미니스터라는 것을 기억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사이먼퓨어의 혈통을 분석할 때 또 하나의 장점으로 주목되는 것은 근친교배계수다. 근교계수는 0.00%로 부계와 모계에서 겹치는 조상이 없다. 이 점은 자마들이 건강하게 태어나 오랫동안 활약할 가능성을 좀더 높여준다. 국내에서 출전한 마필들의 은퇴과정을 살펴보면 이 점은 보다 선명해진다. 현역시절 폐사한 말이 없고 퇴직 후에도 승용마로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이먼퓨어의 국내 후대 활약상은 어떨까. 사이먼퓨어는 국내에선 총 114두의 자마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전에 투입된 말은 7두다. 가장 대표적인 말이 앞서 언급한 놀부만세(서울·외1)와 슈퍼강자(부경·외1)다.
놀부만세(모마:Reason To Fear)는 33전5/4/6/5/4의 성적을 거둔 마령 6세의 마필로 추입형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질주습성과는 달리 순간스피드도 뛰어나 단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의 날카로운 추입력은 다소 무뎌졌지만 여전히 중상위권 마필로서 그 무게감을 유지하고 있다.
슈퍼강자(모마:Honey Fritters)는 18전4/7/0/0/0의 성적을 거둔 마령 5세의 마필로 이제 전성기에 돌입한 마필이다. 질주습성은 놀부만세와는 딴판으로 도주성 선행형에 가깝다. 선행을 나서지 못했을 때는 능력발휘가 안돼 심한 기복을 보이지만 스피드 하나는 발군이다. 부경 1400미터 신기록인 1:24.2초(건조 3%)의 기록도 보유 중이다. 주행습성 때문인지 재작년 7월 1900미터에 한 번 출전한 이후론 모두 1400미터에서만 출전하고 있다. 5세마라 새삼 주행습성을 고치기는 부담스럽겠지만 힘을 나눠 쓰는 요령만 터득한다면 중장거리도 가능성은 있다. 놀부만세의 경우처럼 사이먼퓨어의 자마들은 장거리에서도 충분한 적응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경 1군마 연승강호도 사이먼퓨어의 자마다. 연승강호는 현역시절 20전4/3/2/3/1의 성적을 거둔 마필이다. 주로 1600미터 이하의 경주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1900미터에서도 한 차례 출전해 4위를 차지하는 등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그밖에 부경 2군에서 활약하다 승용마로 퇴역한 퓨어퓨처(8전4/0/0/0/1)와 3군에서 퇴역한 시모네트(부경·17전1/1/1/1/1)와 황금케이(서울·35전0/2/1/1/3)가 사이먼퓨어의 자마다. 실전에 투입된 자마들 중에서 2위 안에 입상 못한 마필은 하이템플러(부경·7전0/0/3/2/0)가 유일하다.
김시용 프리랜서
‘따뜻한 겨울’ 경주로 변화 부경 추입마들 ‘꿈틀’ 서울이나 부경 모두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경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서울은 기록이 좋아지고 있고 부경은 선행 일변도의 흐름에서 벗어나 점차 추입마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는 마사회 주로 빠르기에서도 한 단계 낮아진, 즉 조금 빨라진 6을 기록했는데, 필자의 분석에서도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주(1월 24~25일) 3위이내로 입상한 마필을 과거 입상 때와 비교해봤더니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전주에 비해 0.5~1초 정도 기록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경의 경우는 주로 빠르기에선 오히려 조금 느렸다. 내측 주로가 가벼워 선행, 선입마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지난주(1월 23~25일)를 기점으로 추입마들이 득세하고 있다. 딱히 추입마한테 유리한 흐름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평소대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록도 조금 느려지고 추입마들도 상대적으로 득세하는 흐름이라면 편성에 따라선 그동안 해오던 선행마 위주의 베팅작전도 바꿔볼 필요가 있겠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