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정식 버전은 <테이큰> 시리즈인 2편과 3편이 전부다. 문제는 후속편이 전편의 아성에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특히 2편은 실망스러웠다. <테이큰>이 극장 관객수 230여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테이큰2> 역시 비슷한 수준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그렇지만 전편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것일 뿐 <테이큰2>는 말 그대로 기대이하의 영화였다. 포털 사이트에서 9점대의 높은 네티즌 평점을 받은 <테이큰>이 <테이큰2>에선 6점대로 평점이 급락하고 말았을 정도다.
<테이큰3> 역시 200만 명을 넘기며 순항 중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관객들은 <테이큰> 시리즈를 사랑한다. 2편에서의 상당한 실망감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관객들은 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리암 니슨에게 또 다시 신뢰를 보냈다.
기본적으로 <테이큰3>는 괜찮은 영화다. 다만 <테이큰> 시리즈라는 부분은 잊어야 한다. 워낙 출중한 영화였던 <테이큰>에 비하면 이번에도 다소 실망스럽다. 그렇지만 <테이큰2>보다는 볼만 하다. <테이큰2>가 유럽을 기반으로 전편의 특징을 이어가려 노력했지만 어설픈 흉내 내기에 그친데 반해 <테이큰3>는 전혀 다른 영화다.
여전히 딸 킴(매기 그레이스 분)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활동 영역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영화 초반부에 브라이언의 전처이자 킴의 어머니인 레니(팜케 얀센 분)가 사망한다. 1편에서 비중이 매우 적었지만 2편에선 비중을 확실하게 늘린 팜케 얀센이 3편에선 초반부 상당한 큰 비중을 보이지만 금세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전처 레니를 살해한 누명을 쓴다. 활동 영역이 유럽이 아닌 미국이다. 이제 브라이언은 미국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도망자 신세가 된다. 물론 그럼에도 브라이언은 전직 특수요원답게 레니의 살해범을 추격하며 딸 킴을 보호한다.
<테이큰> 시리즈의 브라이언은 유럽에서 현지 경찰이나 법망에 전혀 간섭받지 않고 복수극을 만들어 간다. 무자비해 보일 정도지만 딸과 전처를 지키며 이들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브라이언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아빠의 모습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그렇지만 미국인인 브라이언도 미국 본토에서 벌어진 사건에선 현지 경찰의 수사망을 신경 쓸 수밖에 없나 보다. 경찰의 추격을 받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그는 총을 갖고 있음에도 경찰을 공격하진 않는다.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 브라이언이 미국에선 착한 시민이 됐다. 특히 마지막에 레니를 살해하고 킴의 목숨까지 노리던 범인을 붙잡았지만 브라이언은 그를 살해하지 않는다. 기존의 브라이언이라면 충분히, 그리고 당연히 방아쇠를 당겼겠지만 <테이큰3>에서의 브라이언은 착한 미국 시민의 굴레를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유럽에 가선 무자비한 복수극을 펼치던 브라이언이지만 미국에선 경찰과 어느 정도 협조하며 직접 응징하지 않고 법의 심판에 범인을 맡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테이큰>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브라이언이 변한 것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팀장인 도츨러 역할에 포레스트 휘태커를 출연시킬 만큼 <테이큰3>은 미국 경찰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물론 이 영화에서 도츨러를 비롯한 미국 경찰은 현명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예 배역을 맡은 배우가 변한 케이스도 있다. 1편에 짧게 등장한 레니의 현 남편이자 킴의 양아버지인 스튜어트 역할은 잰더 버클리였다. 사람 좋아 보이는 역할의 잰더 버클리는 부인의 전 남편인 브라이언을 도와 양딸인 킴의 구출을 적극 돕는다. 부인 레니와의 관계가 돈독한 것은 기본, 양딸 킴에게도 좋은 아빠다.
그런데 3편에선 스튜어트 역할로 더그레이 스콧이 출연한다. 같은 배역을 소화한 1편의 잰더 버클리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우다. 그만큼 1편의 스튜어트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그려진다.
기본적으로 <테이큰3>은 좋은 영화다. 전처가 살해당하고 딸마저 위험한 상황에서 전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쓴 전직 특수요원이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전처를 살해한 진범을 찾아 가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다. <테이큰> 전편의 기억을 잊고 그냥 새로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꽤 볼 만한 영화라고 기억될 수 있다. 문제는 너무 강하게 자리 잡은 1편의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한 가지 숨겨진 포인트가 있다. 어쩌면 이 사건의 배후가 ‘제국그룹의 김탄’일 지도 모른다는 사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 범인으로 유력한 인물이 숨어 있는 호화 저택이 등장한다. 엄청난 호화 저택으로 사실 그 동안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유명 촬영 명소다. 이곳은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에도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제국그룹의 차남 김탄이 미국 유학 시절 머물던 바로 그 집이다. 브라이언 밀스의 전부인 레니를 살해한 범인이 제국그룹 김탄의 집에 숨어서 지낸다면 범인의 뒤를 봐주는 게 제국그룹, 내지는 김탄이 아닐까. 물론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드라마 <상속자들>와 영화 <테이큰3>의 촬영 장소에서의 연관성을 아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상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기본적으로 <테이큰> 전작들을 잊을 수 있다면, 그냥 브라이언이 딸 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전직 특수요원이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본다면 괜찮은 액션 영화다.
2. 기본적인 구도는 누명을 쓴 도망자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스스로 누명을 벗고 전처의 복수를 하며 딸을 구하는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로 보기엔 긴장감 넘치고 짜임새도 괜찮다.
3. 기본적으로 괜찮은 킬링타임 무비다. 이 영화를 ‘2015년 설 특집 기나긴 연휴 솔로들을 위한 영화’로 준비한 까닭 역시 남성 솔로들이 기나긴 연휴의 넘쳐나는 시간을 킬링하기에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설 연휴 즈음엔 아마 극장이 아닌 인터넷 다운로드나 TV VOD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까?
1. <테이큰> 1편의 아성을 기대하며 관람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영화다. 2편은 아쉬움이 클 지라도 1편의 전통을 이어가려 애썼지만 3편은 주요 캐릭터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영화다. 이를 통해 2편 보다는 좋은 영화가 됐지만 1편과의 연속석은 더 옅어지고 말았다.
2. 미친 듯이 무자비하게 복수를 펼치던 브라이언 밀스도 잊어야 한다. 3편에서의 그는 미국 시민으로 미국의 법 테두리와 경찰에 협조하는 모범 시민에 가까운 전직 특수요원이다.
3. <테이큰> 1,2편을 통해 유럽의 명소에서 펼쳐지던 장소의 미학도 잊어라. 3편은 흔하디흔한 미국, 그것도 LA에서 촬영한 영화로 그 유명한 미국 경찰인 LAPD가 등장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