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는 엔진과 함께 자동차의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다.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물론 연비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4단 변속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6단 변속기’ ‘8단 변속기’ 등이 실용화됐다. 단수가 올라가면 연비가 좋아질까. 그렇다. 자동차업체들이 고단변속기 경쟁을 하는 것은 변속기 단수가 많아지면 똑같은 주행을 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로 주행해도 단수가 높으면 엔진회전수(rpm)가 낮은 상태에서 주행하기 때문에 연료를 3∼8% 덜 소모하게 된다. 그렇다고 단수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다단화될수록 변속기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기어 단수를 늘려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차체 무게 증가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BMW는 9단 이상의 자동변속기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MW에서 중-소형차 개발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프롤리흐는 영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와의 대화에서 “8단 자동변속기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6단 수동 변속기가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프롤리흐는 “BMW는 이미 9단 자동 변속기의 효율을 테스트해 봤다”며, “8단은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8~9% 정도 효율이 높지만, 9단 자동변속기는 8단에 비해 효율이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9단 자동변속기는 8단에 비해 무겁고 클 뿐만 아니라, 구조가 복잡해 비싸다”면서 8단 자동변속기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더 뉴 i40 디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 미국 모델(터보 1.6) 7단 DCT를 적용한 이후 국내에도 지난달 2015년형 엑센트 디젤을 시작으로 더 뉴 벨로스터·i30·i40를 연이어 출시했다. 연내 출시하는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 디젤에도 적용을 검토한다. 이들 차량은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 신형 디젤 엔진에 변속단수를 7단까지 늘리면서 연비 개선을 이뤘다. 여기에 차가 멈추면 엔진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ISG(공회전제한장치)를 추가하면서 10%가량 추가적인 효율 증대를 이뤘다. 엑센트 디젤 DCT의 복합 연비는 18.3㎞/L로 자동변속기 기준 국산차 최고 수준이다. i30 및 i40 디젤은 각각 L당 17.8㎞와 16.7㎞다.
DCT는 홀수·짝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따로 있어 빠른 변속을 가능케 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벨로스터에 6단 DCT를 처음 적용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7단 DCT는 단수를 늘려 연비 효율을 높였다.
르노삼성도 지난 2013년 SM5 TCE 가솔린 모델에 독일 게트락사 6단 DCT를 선보인 이래 지난해 SM5 D(디젤)와 QM3로 적용 모델을 확대해 연비 효율을 높이고 있다. SM5 디젤 복합 연비는 16.5㎞/L. 한번 주유로 1000㎞ 이상 달린다는 고효율 마케팅을 진행했다.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 들여오는 QM3도 같은 변속기를 얹었다. 연료 효율은 18.5㎞/L로 완성차 회사가 판매하는 자동 변속 모델 중 가장 좋은 수준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미 대부분 차종에 듀얼 클러치 ‘DSG’를 적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포르셰 911(PDK) 등도 7단 듀얼 클러치를 채택했다. 중·대형세단을 중심으로 9단 변속기도 차례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중·소형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 적용이 보통이었고 최근 수년 사이 대형 고급 모델에 한해 8단 변속기를 적용하는 추세였다.
지난달 27일 국내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220 블루텍은 E클래스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9G-TRONIC)가 적용됐다. 연비 성능은 물론 주행 때의 안락함과 역동성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 국내 출시한 크라이슬러의 중형 세단 200도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앞서 출시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크라이슬러 올 뉴 체로키 등에도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10단 변속기 시대도 멀지 않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폴크스바겐, GM, 포드 세계 주요 자동차·변속기 회사는 대부분 9단에 이어 10단 변속기도 기술적으로는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