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세계 각국마다 성교육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순결을 강조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나라는 아이들에게 자위행위나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법 등 실제적인 내용을 가르치기도 한다. 나라별 특색이 성교육 교과서에 담겨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를 통해 세계 성교육의 사정을 들여다봤다.
유럽 하면 흔히 성을 금기시하지 않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실제로도 성교육을 의무교과로 채택해 어린 시절부터 가르치는 나라가 많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7세가 되면 성교육을 시작하고 15세가 되면 콘돔이나 피임교육을 의무적으로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성적 쾌감을 얻는 과정이나 사디즘(가학적성욕), 마조히즘(피가학적성욕)과 같은 성적 기호의 차이까지 배운다.
네덜란드 역시 6세부터 성교육을 접하기 시작. 조기 성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수업 내용은 보통 교사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는데, 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삭제 성기 사진도 활용한다. 드러내놓고 성을 거론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을 부끄럽거나 은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부모와 성을 주제로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합리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독일인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은 그림보다는 글로 해설하는 사전적 형식의 교과서가 눈에 띈다. 성에 대한 지식을 과학적으로 상세히 전달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바나나에 콘돔을 씌우는 적나라한 실습도 병행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성행동을 결정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해 피임교육이 상당히 철저한 편이다.
반면, 유럽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들은 성교육에 소극적이다. 우리보다 성에 개방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도 중장년층 가운데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경우도 많다. 이는 일본의 성교육이 1980년대까지 학교 측 재량에 맡겨졌던 탓이다. 실질적인 성교육이 실시된 것은 1992년으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성교육 내용이 실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1979년 한 자녀 정책 도입 이후 인구 조정의 일환으로 성교육이 중시됐다. 만혼과 저출산을 권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몸이 미숙하면 좋은 부모가 되지 못 한다”고 강조한 것. 최근엔 인구 고령화로 경제가 활력을 잃자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고 있지만, 중국인의 첫 성경험 평균 연령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22세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성교육 교과서다. 만화나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해 친근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 특징. 자위행위에 대한 주의점도 가르치고 있으며, 성기와 음모 등 실제 인체와 비슷한 인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주 지역은 다문화국가인 만큼 교육방식도 폭넓다. 특히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많은 캐나다는 성교육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이다. 과거에는 피임이나 낙태, 동성애가 법률로 금지됐으나 1969년 ‘성의 자유화’를 주장했던 총리가 법을 개정, 이후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이민자의 나라답게 성의 다의성을 인정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현재는 동성애는 물론이고,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도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등 교육 프로그램이 꽤 파격적이다.
한편 미국의 성교육은 조금 다르다. 미국은 캐나다와 유럽처럼 적나라한 성교육을 실시하는 주(州)와 순결주의를 장려하는 주(州)가 혼재되어 있다. 혁신과 보수가 공존해, 마치 세계 성교육 현장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금욕과 순결을 강조하는 성교육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북미와 마찬가지로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호주, 그리고 ‘섹스 대국’인 브라질도 성교육에 열심인 나라다. 먼저 호주는 아동 성추행을 막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원하지 않는 스킨십을 거절하는 방법부터 가르친다. 브라질의 경우 20세기 후반 유행했던 에이즈를 계기로 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국 중학교에 무료 콘돔 배포기를 설치하는 등 ‘안전한 성’교육을 위해 프로그램을 보강 중에 있다.
에이즈 예방 대책으로서의 성교육은 아프리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케냐를 예로 들자면, 성교육을 담당해야 할 교사가 지식이 없는 경우도 빈번해 최근 국제협력기관 등에서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서를 계발, 보급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