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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경찰에 투신한 김맹호 반장(42·경위)은 형사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 중 ‘성실’을 단연 으뜸으로 꼽았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큰 사건으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김 반장이 18년째 지켜오고 있는 철칙이다. 역삼동 빌라 살인사건 역시 이 같은 그의 원칙 덕에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김 반장은 사건 현장에서는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의심이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캐내는 것이 형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좀 격하게 싸운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갈 생각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사생활이잖아요.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건장한 청년 둘이 얼굴이 시뻘게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것이나 집 안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등 뭔가 석연치 않다 싶었죠. ‘그냥 돌아가세요’라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왔더라면 이들은 사체들을 유기하고는 잠적했겠죠. 피살자들이 사라진 뒤에 수사를 시작했으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졌을 겁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