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 : 주인 없는 꽃>이 극장가에선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2월 11일 현재 극장 관객수는 1만 2054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불과하다. 워낙 개봉관이 적었기 때문으로 <어우동> 측은 대기업 극장 체인의 불공정 횡포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출’을 키워드로 내세운 영화인 데다 전설의 ‘어우동’을 다룬 영화인 터라 부가판권 시장에선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어우동’의 이미지에는 여전히 80년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 이보희의 색깔이 매우 강하다. 이장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보희와 안성기가 호흡을 맞춘 85년작 영화 <어우동>은 한국 영화사에서 에로티시즘을 논하는 데 반드시 빠지지 않는 명작이다.
당시 이보희는 1년 전인 84년 개봉한 이장희 감독의 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를 통해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당대 최고의 섹시 스타이던 이보희가 사극인 <어우동>을 통해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변신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모았다.
이번에는 송은채다. 지난 2005년 영화 <몽정기2>로 데뷔한 송은채는 당시 강은비라는 이름을 썼다.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꿰찬 강은비는 이후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송은채로 이름을 바꾼 뒤 영화 <레쓰링>에 이어 <어우동>에 출연하게 됐다. 이름이 바꾼 뒤 송은채는 성인 배우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송은채는 <몽정기2> 당시의 여고생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데다 상당한 동안이다. 29세로 30대를 앞둔 여배우지만 여전히 여고생으로 분해도 좋을 만큼 동안이다. 어려 보이는 외모는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배우에겐 자칫 한계가 될 수도 있다. 30대 여배우가 여고생 역할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역시 ‘노출’을 키워드로 한 영화 <레쓰링>에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송은채의 본격 노출은 없었다. 노출은 사실상 하나경이 전담했다. 이 영화 개봉 이후에도 여전히 송은채는 귀여운 동안 이미지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우동’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캐릭터지만 이보희가 만든 어우동의 아우라가 너무나 강력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캐릭터가 바로 어우동이다. 80년대 섹시 아이콘 이보희와는 전혀 다른 귀엽고 동안 이미지가 강한 송은채가 그려낼 어우동은 어떤 모습일까.
기본적으로 송은채는 조선 최고의 기녀 어우동이 되기 전 곱고 아름다운 자태의 참판 댁 규수 혜인 역할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렇지만 어우동이 된 뒤 송은채의 모습은 잘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화장만 진하게 한다고 아름다운 자태의 참판 댁 규수가 조선 최고의 기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보희가 보여준 요염하고 뇌쇄적인 어우동의 이미지에 다가가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그 아우라에 범접하진 못했다. 원조 이보희에 이은 ‘2대 어우동’이라는 호칭을 수여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다만 귀여운 동안 이미지라는 한계를 어느 정도 깨트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노출 수위도 생각보다 높았다. 가슴 노출은 기본, 뒤태와 옆태에선 과감한 전라 노출도 시도했으며 다양한 체위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충실한 베드신을 만들어 냈다. 뿐만 아니라 독기 어린 기생 어우동의 연기를 통해 배우 송은채의 연기 폭도 확연히 넓어졌다.
어우동으로선 아쉬움이 남지만 송은채라는 배우에겐 확실한 성장의 발판이 된 영화임에 틀림없다. 송은채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줄거리
기본적인 이야기 얼개는 85년작 <어우동>과 같다. 양반집 규수가 왕실 종친과 결혼하지만 집을 떠나 조선 최고의 기녀가 된다는 내용이 일치하는 것. ‘어우동’이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영화 제목인 만큼 어우동이라는 캐릭터의 삶을 스토리의 기반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80년대와 요즘의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며 두 영화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생긴다.
배경은 조선 시대, 유교 사상과 칠거지악이 여인의 희생을 요구하던 조선 성종 때다. 85년작 <어우동>에선 부모님의 강요로 왕실 종친 태산군에게 시집을 간다. 우선 이번 <어우동>에선 왕실 종친의 이름이 ‘태산군’에서 본명인 ‘이동’(백도빈 분)으로 변한다. 드라마 <이산>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선 왕과 왕족의 본명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진 흐름을 반영한 변화다.
결혼 과정 역시 이번 <어우동>에선 곱고 아름다운 자태와 월등한 학문실력까지 겸비한 절세미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대부 박 참판 댁 규수 혜인(송은채 분)은 한번쯤 탐하고 싶은 여인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동은 달콤한 화술로 혜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고 일사천리로 그녀와의 혼인을 성사시킨다.
사실 조선시대의 사회 분위기만 놓고 보면 85년 작 <어우동>이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 왕족인 이동이 혜인과 결혼하고 싶었다면 그의 부친인 박 참판이나 해당 문중에 혼담을 넣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동은 요즘 사내처럼 직접 혜인을 찾아가 말 그대로 꼬신다.
혜인이 시댁을 떠나는 까닭 역시 서로 다르다. 85년작 <어우동>에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고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오는 설정이다. 결국 죽음을 결심하고 강물에 뛰어드는데 기생 향지가 어우동을 구해 기생수업을 받게 만든다. 그렇게 조선 최고의 기생 어우동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어우동>에선 이동의 여성 편력이 문제다. 결혼 이후에도 이동은 왕성한 여성편력을 자랑하며 매일 밤 기루에서 방탕한 생활을 한다. 심지어 집으로 기생을 데려와 부인인 혜인이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갖는 기행까지 일삼는다.
결국 혜인은 남편 이동에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기생 수업을 받아 조선 최고의 기녀 어우동이 된다.
혜인을 짝사랑하는 남성의 캐릭터도 전혀 다르다. 85년 작 <어우동>에선 시집과 친정에서 더 이상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으려 보낸 자객 갈매(안성기 분)가 어우동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다.
반면 이번 <어우동>에선 혼인 전부터 혜인을 짝사랑하는 역관 ‘무공’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런 무공에게 질투심을 느낀 이동은 더욱 혜인을 학대한다.
이런 전혀 다른 설정은 어우동의 삶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85년 작 <어우동>의 어우동은 가부장적인 유교 사회인 당시의 조선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여성이다. 육체를 활용한 기생이라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는 당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서는 개혁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어우동’이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는 캐릭터가 된 까닭 역시 그의 섹시함보다 이런 개혁적 성향 때문이다.
반면 이번 <어우동>은 가부장적인 유교 사회인 당시의 조선과 싸우긴 하지만 그 근간에는 남편 이동에 대한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당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맞선 개혁가라기보단 남편의 배신에 복수하는 여성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어우동>은 당시 조선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당시 사회의 사내들의 이기심과 싸우는 데 그친다. 그리고 이런 사내들의 이기심이 당시의 신분제와 맞물리며 묘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양반가와 왕실 종친가의 결혼에는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의도가 있다. 85년 작 <어우동>이 이를 그리려 한 데 반해 이번 <어우동>은 이동과 혜인의 결혼이 혜인이 예쁜 여성이기 때문일 뿐이다. 영화에서 이동은 혜인과 결혼한 까닭을 “세상이 모두 탐하는 꽃이나 내가 취해서 옆에 두고 가끔 나만 탐하려 했소. 그것이 사내로써 뭐 그리 잘못된 것이오?”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왕까지 어우동과 잠자리를 갖는 부분이다. 가장 격정적인 베드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우동은 왕의 숙모다. 이를 두고 이동과 왕이 대화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진다. “전하께서도 취하시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항변하는 이동에게 왕이 답한다. “숙부, 내가 원하면 이 나라에게 취하지 못할 건 없소. 숙부의 부인일지라도 말이오.” 30년 만에 리메이크된 2015년 작 <어우동>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화 아닐까.
@ 베드신 / 노출 정보
#첫 베드신 (54초가량. 가슴 노출)
송은채와 백도빈의 첫 번째 베드신이다. 신혼 첫날밤을 그린 장면으로 첫 베드신은 백도빈이 송은채의 상의를 모두 벗기는 장면까지만 그려진다.
#2번째 베드신(55초 가량. 가슴 노출)
역시 송은채와 백도빈의 첫날밤으로 첫 베드신과 이어지는 장면이다. 상의를 벗기는 장면에서 끝난 첫 베드신에 이어 이번엔 백도빈이 송은채의 옷을 모두 벗기고 성관계를 갖는다. 하나의 베드신이 두 개로 나뉜 까닭은 두 번째 베드신은 백도빈이 기루에서 술을 마시며 일행들에게 자랑 삼아 첫날밤의 성관계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백도빈이 기루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하는 장면과 첫날밤 베드신이 교차 편집돼 있다.
#3번째 베드신(1분 18초가량, 가슴 노출. 송은채 아닌 다른 여배우임)
백도빈이 집으로 기생을 데려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으로 송은채에게 그 모습이 발각되지만 백도빈은 성관계를 중단하지 않는다. 성관계 자체보다는 부인인 송은채에게 정신적인 학대를 가하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한 번의 베드신을 선보인 기생 역할의 여배우는 여러 차례 베드신을 선보인 송은채보다는 더욱 격정적인 베드신을 선보인다. 에로티시즘의 측면에선 송은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여배우다.
#4번째 베드신(21초가량, 가슴 노출)
백도빈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송은채를 겁탈하듯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결국 송은채가 집을 떠나 기생이 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는 장면으로 노출 수위도 가장 낮다. 본격 베드신이 아닌 송은채의 심리 변화에 더 포커스를 맞춘 장면이다.
#5번째 베드신(2분 40초가량, 가슴 노출)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베드신으로 송은채의 상대는 백도빈이 아닌 유장영이다. 성종 역할의 배우이니 이 장면은 왕까지 어우동을 취하는 장면이다. 가장 길고 노출 수위도 가장 높으며 송은채가 비로소 정상위에서 벗어나 여성상위 체위까지 선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앞선 베드신에서 송은채는 ‘양반집 규수’였던 만큼 소극적인 베드신을 선보였지만 이 장면에선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왕을 맞이한 터라 적극적인 베드신을 보여준다.
@ 에로 지수 : 20
송은채의 노출 열정이 돋보이며 여러 차례의 베드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에로 지수는 책정했다. 그렇지만 베드신 자체만 놓고 볼 때 에로티시즘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편이다. 분명 송은채는 양반가 규수의 베드신과 조선 최고의 기녀의 베드신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어우동의 베드신은 조선 최고 기생의 베드신인 만큼 남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송은채가 보여준 베드신은 그런 어우동의 기준에선 모자람이 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