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창극의 역사읽기> 기파랑 출판사 제공
지난해 6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결정타는 한 교회 강연 영상에서 드러난 역사관이었다. 그런 그가 역사책을 냈다. <문창극의 역사읽기>(기파랑)다. 자신은 전문 역사학자가 아님을, 이 책도 학술서적이 아니라 교양서적임을 전제했다. 무슨 내용이 들었는지 <일요신문>이 들춰봤다.
역사서 출판의 계기는 총리 후보 낙마였다. 문 전 후보자는 “지난해 여름 나는 개인적인 시련을 겪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며 “내 개인의 시련은 개인적인 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의 밑바탕에는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책을 통해 드러난 문 전 후보자의 조선 말기에 대한 평가는 ‘최악의 나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대부분의 신하들은 역시 나라나 백성은 안중에 없고 권력에만 목표가 있었다”며 “조선은 정체성이 없는 나라였다”고 썼다. 그 근거로 당시 외국인들이 쓴 책 내용을 들었다. ‘조선은 가난한 나라, 더러운 나라, 양반과 수령들의 착취의 나라였다’와 ‘조선인은 이타적인 동기로 자신의 돈을 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글귀를 인용했다. 문 전 후보자는 “조선 말의 경우를 보면 이런 나라가 우리의 나라였다는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면서도 “조선을, 우리 조상을 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역사에서 교훈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현대사 인물평도 들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문 전 후보자는 “그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단언하면서 “이승만처럼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은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양면적 시각을 드러냈다. “나라 사랑으로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면서도 “1948년 평양을 찾아가 김일성에게 이용만 당한 김구는 체제라는 현실 문제를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구 선생에겐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가진 ‘시대를 읽는 눈이 없다’고 평했다. 다만 문 전 후보자는 “이승만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김구를 받아들이고, 김구를 존경하는 사람은 이승만을 받아들일 때 이 나라 정치는 비로소 정상화 될 수 있다”고 적었다.
4·19 혁명에 대해선 당시 상황상 민주주의가 불가능 했다며 혹평했다. 그는 “(4·19혁명 이후) 민주주의는 혼란이었다. 민주주의는 방종이었다”며 “파벌 싸우는 것이, 데모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체를 허무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라고 기술했다.
존재가 나라를 위해 큰 행운이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를 싫어하는 강직한 군인이자 혁명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정희로 인해 민주주의는 일보 후퇴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경제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 경제적 기적을 위해서 민주주의의 일보 후퇴는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 이 아니었던가? 그 시절 박정희 같은 인물이 우리나라를 이끌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이 비판 받는 친일 행적에 대해서도 “시인 서정주가 어린 시절 일본이 내 나라인줄 알았다고 고백했듯이 그 시절에 태어난 보통사람으로서 만일 꿈이 대장이 되는 것이라면 일본 육사를 가지 않았을까”라고 두둔했다.
한편 <문창극의 역사읽기>는 기파랑에서 출판했다. 기파랑 대표는 안병훈 전 조선일보 발행인이다. 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막후에서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로 7인회’의 멤버다. 문 전 후보자와 안 대표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은 서울고 동문이면서 언론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래서 지난해 6월 문 전 총리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됐을 때 천거의 배경이 안 대표란 말이 여의도 정가에 파다했다. 안 대표는 당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