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치 히데유키
광고에는 ‘온천에서 느긋하게 쉬며 일당 7만 원 벌기’ ‘숙박비 무료’ ‘그룹 참가 OK’라는 내용을 담아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친구와 함께 참가해도 괜찮다고 언급해 여성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웠다.
이후 노구치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여성들을 호텔이나 온천 리조트로 유인한 뒤 수면제가 든 술을 권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의식을 잃으면 겁탈하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성폭행 영상은 인터넷에 올리거나 포르노 업자들에게 판매됐는데, 이런 방식으로 그가 챙긴 돈은 1000만 엔(약 9200만 원)에 달한다.
과연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은 없었을까. 어째서 여성들은 깜빡 속아 넘어 간 걸까. 그 이유에 대해 피해자들은 “노구치가 너무도 뻔뻔하게 의사 행세를 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범행 현장도 감쪽같았다. 먼저 노구치는 “술을 마시고 잠들 경우 혈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는 수면연구”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10대 미성년자에게는 술 대신 알코올 향이 감도는 케이크를 먹게 하는 등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히 신경 썼다.
수면유도제 복용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노구치는 “도중에 일어나면 정확한 모니터를 할 수 없다”면서 여성들에게 수면유도제를 권한 후 팔에는 혈압측정기를 착용시켰다. 피해자들은 아무 의심 없이 평소보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추잡한 성폭행이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억을 하지 못해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실제로 여성 한명은 “비교적 간단하고 보수도 좋은 아르바이트”라며 친구에게 소개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무려 2년 동안 지속됐던 대담한 범행은 피해 여성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수면연구에 참여했던 한 여성이 음란물 사이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경찰에 신고한 것. 악질적인 상습 성폭행범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현재 노구치 용의자는 준강간죄로 기소된 상태다. 참고로 일본은 폭행이나 협박의 방법으로 간음하는 것을 강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것을 준강간으로 구분한다. ‘준강간’이라고는 하지만 가벼운 강간죄라는 뜻은 아니다. 강간죄와 형량은 동일하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한편, 일본TV 아침정보프로그램 <슷키리>는 노구치 용의자와 비슷한 수법의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여성 100명과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0명 가운데 31명이 “참가하고 싶다”고 흥미를 나타내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이들은 “온천에서 쉬고 돈도 벌 수 있다니 일석이조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반면에 “이런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연락처가 이메일이라는 점이 수상하다” 등 거짓말을 간파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룹, 친구 동반 OK’라는 조건에서 긴가민가하는 눈치였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일간겐다이>는 “최근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모집형 음란범죄’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가짜 유흥업자가 인터넷에 ‘출장접대 개업, 여성모집’이라는 구인광고를 고시하는 수법이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여성들과 만나 전단지에 쓰일 사진촬영을 핑계로 호텔에 데리고 들어간 뒤 성폭행을 한다.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이용했다.
또 ‘이벤트로 무료운세를 봐 준다’고 광고해 여성들과 신뢰를 쌓는 수법도 있다. 상담을 요청한 여성의 고민을 들어 준 후 “당신의 하반신에 전 애인의 원한이 남아 있어서”라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혹하게 만드는 것. 그런 다음 “악령을 몰아주겠다”며 겁탈을 자행한다. 얼마 전에는 불임 치료 사이트를 개설. 여성들을 모아 시술을 빌미로 하반신을 농락한 사례도 있었다. <일간겐다이>는 “이와 같은 모집형 성범죄가 세간에 횡행하고 있다”면서 “모쪼록 피해를 당하지 않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