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진리는 내게 늘 이렇게 왔다. 이해하기 전에 가슴을 치며,”“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 책을 펴냈다. 독자들에게 비친 공지영 작가는 사회구조론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조금 색다른 자신의 종교적인 체험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냈다.
공지영 작가도 그다지 의식한 듯, 이 책의 서두에 ”먼저 이 글을 내가 이제까지 써 왔던 모든 글과 다름을 밝혀 둔다. 서문을 읽고 그냥 이 책을 내려놓기 권한다. 이 책은 당신을 아주 당황하게 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
“13년 만에 출간된 작가의 수도원 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 수도원 기행 첫 권에서 작가는 18년 만에 교회와 신앙 그리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가는 몹시 고독해야 하고, 줄을 치는 거미처럼 이기적이어야 하며, 착륙을 앞둔 비행사처럼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줄의 글도 뽑혀 나오지 못한다.나는 아직도 이보다 더 신성한 노동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한 달간의 유럽 수도원 기행을 통해 자신과 인간, 신에 대한 성찰을 그만의 유려한 필치로 풀어냈다.
공 작가는 콘서트에서 말문을 이렇게 열었다. 그동안 30권을 출간하면서 수없이 책을 쓰고 인터뷰까지 하면서 많은 댓글을 달았다. 이제 말로 하려니 조금 색다르다. 반복해서 다시 그 자리에 돌려놓고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며, 말문을 이어갔다.
작가는 수도기행에서 얻어진 체험을 토대로 자신 생각과 모든 사물에 대한 관점을 서슴없이 담아냈다. 작가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 18년간의 긴 여정은 너무도 힘들었음을…. 머리를 스칠 때마다 복받쳐 이따금 눈물이 흐른다.
이 책의 글귀에서 ”당황스러운 것도, 허둥대는 것도, 공포와 경악과 자기 멸시와 증오도 머릿속에서 이미 하얗게 사라진 지 오래였다. 고시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성심을 다했던 나의 세 번째 결혼 생활이 산산조각이 나고 있는 걸 나는 두 눈을 말가니 뜨고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 독자들 곁에 다가서고 있다.
이어 ‘13년의 여러 부침과 사건을 통해 그녀의 신앙과 하느님에 대한 체험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 ‘수도원 기행 2’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작가의 고백록이자 영혼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본문줄거리에서 ”대체 왜? 이 죄 많은 나를, 당산이 떠나는 것도 모자라 모욕하고 조롱하고 배반해 왔던 나를, 왜 이토록 따스하게 받아 주시는 겁니까?“이렇게 앉아 있는 내 머릿속으로 18년 동안 한 번도 들춰 보지 않았던 성경의 한 이야기가 참으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기한 일인데 18년 아닌 20년 전 전쯤인 듯 읽었던 성경내용이 그 후로 계속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치 오래 덮어 두었던 책을 다시 펼치는 것처럼, 낡았으나 선명히…….이렇게 깨달음을 써내려갔다.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내 머리칼 하나 건드릴 힘이 네게는 없었다.”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조용하고 친절하며 따뜻했고 단순했다.
”나는 이제 안다. 하느님을 찾는 삶이라는 것이 슬픔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헤어짐이 슬프지 않다고 강변하며 목석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행이 깊어 갈수록 사랑도 깊어 가고 그러니까! 아마도 더 많이 슬프고 더 많이 아플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제일 아픈 분은 아마도 하느님이실 거라는 것을, 그보다 더 사랑하는 분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라고 말귀는 절정에 이른다.
책, 말미에 ”이 지상에서 나의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는 헤아릴 수 없다.다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뿐이다. 거저 받은 이 사랑을, 거저 받은 이 모든 축복을 만분의 일이라도 내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마무리했다.
공지영 작가는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가,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로 잘 알려졌다.
이 책은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와 하느님을 통한 깨달음으로 정신적 가치와 누군가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믿음으로 말미암아 거듭나는 작가이자 한 여인의 삶을 담은 서정적인 메시지다.
가장 안전한 것은 뭘까? 열리게 하는 것이다.‘끝’과 점(點)이다. ”(Close end) 지퍼의 원리 이[齒]“ 어떤 무엇인가에 맞물려 있으면 그 하나의 움직임에 연동되어 보이지 않는 일이 일어나듯, 그 하나가 떨어지게 되어 모든 것이 종료된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사이의 스탠스 (stance)를 엿볼 수 있다.
장편소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등...을 펴내면서 과거 1~7위의 배스트셀러 반석에 올랐었다.
작가는 ”그리고 그것은 씨앗의 형태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씨앗을 받아줄 조건을 만나면 싹이 트듯, 가슴속에 저장해놓은 글감들도 적당한 때가 오면 한 권씩 소설로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진수 기자 ilyo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