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구조조정에 착수한 가운데 위기설이 불거지자 “재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른쪽은 박용만 회장.
하지만 최근 두산마저 심각한 상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전 계열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건설,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까지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이 200여 명,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이 각각 100여 명 등 그 숫자도 적지 않다. 또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은 외부 기관에 재무컨설팅을 의뢰,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초 이미 중국 쑤저우(蘇州)에 있는 굴삭기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부품 물류센터로 전환했다.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산중공업 역시 지난해 10월 루마니아 현지의 단조생산법인 두산IMGB를 매각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직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두산건설 역시 두산중공업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이 우려의 시선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룹의 주요 사업인 건설·조선·중공업·기계 등의 업황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이들 업황 부진과 해당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두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이 같은 시선을 불편해하고 있다. 재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두산그룹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겹친 탓이 큰 듯하다”며 “업종 특성상 인사 적체가 심하고 각 계열사별로 선제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지 결코 그룹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역시 두산그룹의 현재 상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어나다 보니 주목받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개별 회사들을 각각 들여다봐도 차입금이 현저히 늘어난 곳이 없으며 주요 계열사들의 부채비율도 현재로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을 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247%, 두산중공업이 271%, 두산건설이 159%, 두산엔진이 127%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범위와 형태는 다양한 것 아니냐”며 “외부 재무컨설팅 결과 역시 점검하는 차원으로 해석해달라”고 주문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같은 듯 다른 GS·두산 총수의 대외행보 집안 어려운데 감투 쓰기 ‘동상이몽’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제35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허 회장은 지난 1977~1987년 10년간 5연임한 고 정주영 회장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하는 전경련 회장이 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공교롭게도 이 두 총수들의 기업집단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GS는 그룹의 두 축인 정유(GS칼텍스)와 건설(GS건설)이 침체에 빠지면서 실적이 추락했으며 두산은 주요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그룹 경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요 경제단체 수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제단체 수장을 향한 두 총수, 허 회장과 박 회장의 자세는 다르다. 전경련 회장직을 두 번 연이어 수행한 허 회장은 3연임까지 바라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그룹 주변에서도 허 회장의 전경련 회장 3연임만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두 번 했으면 됐지, 이제는 그룹을 챙겨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 연임을 바라는 것으로 비쳤다. 박 회장이 출입기자단 신년 인터뷰에서 “(회장직을) 1년 8개월 수행했는데 ‘제가 한 번 더 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여쭤봐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한 것도 박 회장의 연임 의지를 확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최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에 의욕을 드러낸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룹이 어려울수록 대외활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그룹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날수록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대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두산그룹 회장으로서는 하기 힘든 말을 대한상의 회장으로서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말발’이 서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