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트렌드다. 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개성 강한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찾고 있다. 지난 12월 기준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모델은 17개 브랜드 514개 차종이나 된다. 이에 반해 국산차 차종은 62개에 불과하다. 62개는 현대자동차가 20개 차종을 포함해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산차 브랜드 5개를 모두 합한 숫자이다. 국산차가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지난해 20~3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골프(위)와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70% 아래로 떨어졌다. 두 회사가 합병한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산차에 매력을 못 느낀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이제 2000만~3000만 원대 소형 수입차는 20~30대 소비자들도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독일 폴크스바겐의 골프는 한국 시장에서 현대차 i30를 제치고 준중형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형태)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특정 차급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모델별로 수입차가 국산차를 누르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지난해 골프는 특히 20~3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9㎞/ℓ에 달하는 연비와 민첩한 주행성능, 수입차면서도 3000만 원대라는 가격이 강점이었다.
수입차 업계는 디젤차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그간 수입차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애물단지’에서 ‘값은 비싸도 효율성이 높은 차’로 인식을 바꿨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차 판매 중 70%가량을 디젤차가 차지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10대 중 9대가 디젤차였을 정도다.
수입차 시장 성장에는 30~40대 젊은 소비자가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지난해 수입차 개인 구매 시장에서 30대가 구매한 차량은 총 4만 4652대로 전체 38.0%를 차지했다. 수입차 고객 10명 중 4명가량이 30대였던 셈이다. 같은 기간 40대의 구매 비중도 28.4%로 두 번째로 높았다.
수입차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3000만 원대 차량 판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3000만 원대 수입차는 5000만~7000만 원대 수입차와 시장을 양분하며 수입차 시장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2000㏄ 미만 소형차의 비율은 지난해 54.7%까지 늘어났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 이상은 소형차인 셈이다. 이는 수입차 하면, 고급 대형차였던 이미지에서 대중적인 차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는 반증이다.
작년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모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지난해 8106대가 팔려 1위에 올랐다. 폴크스바겐은 골프 2.0 TDI와 파사트 2.0 TDI도 각각 5282대 4577대를 팔아, 4, 5위를 차지했다.
폴크스바겐 모델의 선전 이유는 뭘까. 독일 수입차 치곤 낮은 가격대가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준중형급 SUV인 티구안 가격은 3840만 원부터 시작한다. 골프는 3050~3750만 원, 파사트는 3530~3970만 원대로 가격이 책정됐다.
동급 비교는 아니지만 국산차 세단이 2000만 원 초중반, SUV가 2000만 원 후반대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차가 많이 줄었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간파한 수입차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3000만 원대 전략 차종을 대거 출시하고, 기존 3000만 원대 차량의 홍보를 강화한다.
닛산의 대표 세단 알티마와 지난해 말 출시된 SUV 캐시카이도 대표적 3000만 원대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인 알티마 2.5 모델은 3330만 원, 3.5모델은 38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닛산 알티마 2.5 모델은 국내서 지난 한 해 총 2213대가 판매되며, 수입 가솔린 세단 중 연간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알티마는 닛산의 완성도 높은 엔진으로 평가받는 3.5ℓ VQ 엔진을 사용했다. 6400rpm에서 273마력, 4400rpm에서 34.6㎏·m의 출력이 나오는 중량급 엔진이다.
뉴 푸조 308 2.0 BlueHDi, 볼보의 V40 D2도 대표적인 3000만 원대 모델이다. 볼보의 V40 D2는 지난해 볼보 차량 전체 판매량 중 15%(457대)를 차지했다. 뉴 푸조 308도 푸조 전체 판매량 중 16.5%를 차지했다.
그외 럭셔리카의 대표주자들도 3000만 원대 모델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는 최근 3000만 원대 모델 A3 스포트백을 출시했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25 TDI 다이내믹 모델은 1.6 TDI 엔진과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S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5.5㎏·m의 성능을 발휘하며, 가격은 3650만 원으로 책정됐다.
벤츠도 3000만 원대 모델 더 뉴A180 CDI를 내놨고, BMW는 뉴 미니 5도어 미드트림을 내놓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