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의 히트작 <미생> <명량> <꽃보다 할배> <국제시장> 스틸컷(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J E&M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영화에선 <명량>을 히트시키며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켰고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중장년층의 소외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TV에선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로 해외여행 붐을 일으켰고, <삼시세끼>는 케이블TV 예능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3년 연말 전 국민을 ‘응사앓이’에 빠트린 <응답하라 1994>, 2014년엔 <미생>으로 직장인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CJ E&M 관계자는 “20년 가까운 역량이 쌓여 킬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J E&M은 정작 2년 연속 적자다. 이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대박을 쳤는데 왜 적자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한 CJ E&M이 적자라니 믿을 수가 없다.”
한 영화 관계자의 반응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방송부문에서 약 200억 원, 음악부문에서 29억 원, 공연부문에서 165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유일하게 영화부문에서만 84억 원의 영업이익이 났다. 지난 5일 CJ E&M이 발표한 4분기 잠정 실적 공시에서는 연말에 큰 흥행을 거둔 ‘킬러 콘텐츠’들의 힘으로 97억 원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지난 한 해 농사로 보면 영업손실 126억 원으로 적자 상태다.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2013년에도 영업손실 79억 원으로 2년째 적자다.
이 같은 예상외의 부진을 잘된 것만 기억에 남는 ‘기억효과’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CJ E&M 관계자는 “지난 한 해 흥행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부진한 작품 역시 있었다”며 “더군다나 광고업계 전체 파이는 줄어들고 있고, 종합편성채널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위협적인 경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로 국한해서 보면 <미생> 직전에 방영한 <아홉수 소년>은 시청률이 1%를 못 넘겼다”며 “그것 외에도 <일리 있는 사랑> 등의 평범한 멜로물들이 대체로 부진했다”고 말했다.
공연부문의 큰 영업손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공연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만 해도 약 165억 원에 달한다. 한 해 총 적자를 넘는 금액이다. CJ E&M 관계자도 “공연부문을 대폭 슬림화하고 집중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자체 프로듀싱, 마케팅하는 공연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횡령·탈세 혐의로 구속수감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건강악화로 미국행을 택했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너 부재로 인해 ‘통큰 투자’를 결단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CJ E&M은 이런 ‘경영 공백’과 한발 떨어져 있다. CJ E&M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기간산업이 아닌 만큼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그룹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김성수 CJ E&M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공백’을 정반대로 보는 시선도 있다. CJ E&M의 한 소액주주는 “경영 공백이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회장이 ‘경영’할 때는 횡령하고, 구속되자 정권 입맛에 맞는 ‘CJ의 전 케이블 채널이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는 광고를 내보내며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CJ E&M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그 광고를 내보낸 적이 거의 없다”며 “또한 그 광고가 전체 영업 실적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히트작이 즐비한데도 적자가 나는 이유를 CJ E&M의 전체적인 방만 경영에서 찾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수익성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이기도 하고 흥행 작품도 꾸준히 낸 CJ E&M이 업계 후발업체보다 못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수입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출에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례로 업계 4위에 해당하는 배급사 NEW는 지난 2013년 매출액 1264억 원에 영업이익 191억 원을 냈다. 물론 지난 2013년 NEW는 업계에서 ‘작두를 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박 흥행을 이어간 해였다. <7번방의 선물>, <변호인>으로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냈고 <숨바꼭질>, <감시자들>로 500만 관객 영화 역시 두 편을 냈다. 500만 관객에 근접한 흥행과 “브라더”, “드르와” 등의 대사로 회자된 <신세계>도 NEW가 배급한 영화다. 그런 NEW가 지난 2014년 극도의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낸 성적도 매출액 610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으로, 적자는 아니었다.
CJ E&M도 지난 6일 발표한 4분기 실적 리포트에서 2015년 핵심 메시지로 비용효율화를 꼽았다. 시즌제 확대, 공동기획, 동시편성을 통해 직접 제작비는 유지하면서 콘텐츠 역량은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산발적으로 나왔던 킬러 콘텐츠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로 지적됐던 제작비를 공식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실적개선 기대가 크다”며 “올해는 1분기부터 <국제시장> 매출이 반영됐고, 적자였던 음악공연은 투자 사업 중단에 따라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관리될 것으로 보여 2015년이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