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엘비스’ 크젤은 군 생활 때 자신의 목소리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슷하다는 걸 깨달은 후 수차례 얼굴 성형을 거쳐 외모마저 붕어빵이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놀라운 건, 아직 스타덤에 오르지 않았던 신인 시절부터 그의 모방자들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1953년에 데뷔한 엘비스는 다음 해인 1954년 칼 넬슨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라디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며 인기를 끌었던 그는, 아직 빅 스타가 아니었던 엘비스를 아칸소 주의 작은 도시 텍사카나까지 초청했고, 그들은 함께 무대에 서서 듀엣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엘비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들의 우정은 계속되었고 그들의 관계는 <엘비스 인 텍사스>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넬슨만 하더라도, 그 외모나 목소리가 엘비스를 연상시키진 않았다. 그냥 엘비스를 좋아해서 그의 노래를 비슷하게 부르려고 했을 뿐, 본격적인 엘비스 모방자라고 보긴 힘든 수준이었다. 최초의 프로페셔널 모방자는 짐 스미스라는 16세 소년이었다. 1956년에 등장한 그는 매우 흡사한 외모로 캐나다 방송가의 화제가 되었다. 이후 등장한 데이브 엘러트는 1967년부터 지금까지 50년 가깝게 활동 중인 ‘엘비스 모방자’ 세계의 레전드로 라스베이거스까지 진출했다. 기존 가수 중엔 1970년대에 저항적이며 풍자적인 노래를 주로 불렀던 필 오크스가 카네기 홀에서 트리뷰트 공연을 했는데, 엘비스의 의상 담당이었던 누디 콘이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코미디언이었던 앤디 카우프먼은 엘비스 흉내로 스타덤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 엘비스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자신의 모방자가 바로 카우프먼이었다.
1977년 <엘비스 더 뮤지컬>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PJ 프로비라는 배우의 “촌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미 남부 출신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엘비스를 흉내낼 수 있다”는 말처럼,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 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엘비스를 흉내 내서 먹고 사는 ‘엘비스 트리뷰트 아티스트’(Elvis tribute artists·ETA) 같은 프로페셔널부터 각종 콘테스트 수상자들과 열정적인 아마추어들 그리고 그냥 재미로 흉내 내는 일반인들…. 기존 가수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컨트리 뮤직 아티스트인 로니 맥도웰과 빌리 크래독이나 로큰롤 뮤지션인 랠 도너 등이 대표적이다.
엘비스에 빙의된 배우들도 등장했다. 크게 세 명의 배우를 언급할 수 있는데 커트 러셀은 TV 영화인 <엘비스>(1979)의 주인공을 맡았고, <포레스트 검프>(1994)엔 엘비스의 목소리 연기로 등장했으며, <3000마일>(2001)에선 케빈 코스트너나 크리스천 슬레이터와 함께 엘비스가 된다. 이미 <도어즈>(1991)에서 짐 모리슨을 완벽하게 되살렸던 발 킬머는 <트루 로맨스>(1993)에서 엘비스와 자신을 착각한다. 하지만 니컬러스 케이지 앞에선 그 누구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광란의 사랑>(1990)과 <허니문 인 베가스>(1992)에서 엘비스가 되어 그의 노래를 그럴싸하게 부른 그는, 엘비스의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결혼한 바 있다. 엘비스를 닮는 걸 넘어 아예 엘비스의 호적에 들어갔던 셈이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엘비스 모방자들이 등장하자 이 현상은 문화 연구의 대상이 되어 죽은 엘비스의 육체에 대한 팬들의 그로테스크한 페티시로 보는 입장도 등장했다. 한편에선 종교의 일종으로 파악하기도 했는데, ‘더 킹’(The King)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던 엘비스에 대한 대중의 경배라는 것. 그러면서 모방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엘비스에게 선택받았다는 선민의식에 빠지게 되며, 죽은 엘비스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전도자로 자임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에게 엘비스는 곧 예수인 셈이다.
매끈한 외모의 백인 성인 남성만 엘비스의 모방자로 등장한 건 아니었다. 그들 중엔 털보도 있었고 꼬마도 있었다. 흑인은 물론 동양계와 유럽계의 각종 인종들이 합류했으며 여성도 있었다. 배우이자 가수인 리 크로우는 가장 독특한 모방자일 것이다. 레즈비언인 그녀는 엘비스 허셀비스(Elvis Herselvis), 즉 ‘엘비스, 그녀의 엘비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데 관능적인 비브라토로 재현되는 엘비스의 음악은 묘한 느낌을 준다.
엘비스의 코러스와 앨범을 냈던 일본의 스즈키 요시, 1955년에 시작해 70대가 될 때까지 반세기 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엘비스 쇼를 했던 벨기에의 빅토르 비즐리, ‘멕시코의 엘비스’로 불리던 엘 베즈 등은 엔터테인먼트의 역사에 기록된 엘비스 모방자들. 케냐 출신의 성공회 목사인 도리안 벡스터는 예배 시간에 엘비스 음악을 사용하며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노르웨이의 크젤 엘비스. 군 생활을 할 때 자신의 목소리가 엘비스와 비슷하다는 걸 깨달은 그는 여러 차례 성형을 거치며 외모마저 흡사해졌고, 2001년엔 노르웨이에서 엘비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2003년엔 26시간 4분 40초 동안 쉬지 않고 엘비스의 노래를 불러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이 기록은 다음해 43시간 11분 11초 동안 부른 독일의 토마스 개티예가 깬다). 그렇다면 가장 의외의 인물은? 바로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다. 엘비스의 열렬한 팬인 그는 꽤 훌륭하게 성대모사를 하곤 했는데, 톰 크루즈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듀엣으로 엘비스 노래를 불러 작은 앨범을 내기도 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