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버드맨>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을 수상하며 <버드맨>은 주요 부분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올랐다. 풀어 얘기하자면 <버드맨>은 각본 좋고 감독 연출되 좋았으며 촬영도 우수하게 진행된 최우수 작품이라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올해 아카데미 수상작 가운데 가장 먼저 꼭 봐야 할 영화는 단연 <버드맨>이다.
<버드맨>은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가 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가 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의 이야기다.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 리건은 매우 힘겨운 과정을 걷게 된다. 이미 대중에게 멀어졌으며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도 없는 배우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재기에 대한 강박과 심각한 자금 압박도 그를 힘겹게 만든다. 게다가 평단이 사랑하는 주연 배우(에드워드 노튼 분)는 통제 불가한 행동을 일삼고, 무명배우(나오미 왓츠 분)의 불안감도 크다. SNS 계정하나 없는 아빠의 도전에 냉소적인 매니저 딸(엠마 스톤 분)도 힘겨운 데 연극계를 좌지우지 하는 평론가는 악평을 예고하고 나섰다. <버드맨>은 이런 상황에서 ‘버드맨’ 리건이 과연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지를 그리고 있다.
이미 지난 해 영화 관계자들에게 극찬을 받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4관왕에 올랐다.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인 이 영화는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음악상 등 각종 기술상을 휩쓸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게다가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 분)’는 구스타브를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 분)’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미트리는 그녀의 유품과 함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윌렘 대포 분)’를 고용한다. 이 영화는 마담 D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얽힌 이런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세계를 그려냈다.
<버드맨>과 최우수 작품상을 겨룬 <보이후드>도 좋은 영화다. 사실 골든글로브 등 각종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수상을 석권한 <보이후드>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고작 여우조연상(패트리샤 아퀘트)을 수상하는 데 그친 것.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석권을 꿈꾼 <보이후드> 입장에선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위플래쉬>가 남우조연상(J.K. 시몬스)과 음향상, 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선전했다. 아카데미 수상 결과만 놓고 보면 <보이후드> 보다는 <위플래쉬>가 꼭 봐야할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위플래쉬>는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 이름이다.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완성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손꼽히는 데 영화 역시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음대생의 얘기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된다. 그의 밴드에 들어간 앤드류는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을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지독한 교육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어 간다.
아카데미의 꽃은 단연 남녀 주연상이다. 이번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이 남우 주연상을,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가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촉망받는 물리학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 분)이 신년파티에서 매력적이고 당찬 여인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 분)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스티븐 호킹에겐 모든 것을 바꿀 사건이 일어난다. 스티븐은 점점 신발 끈을 묶는 게 어려워지고, 발음은 흐릿해지고, 지팡이 없이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져 갔다. 과학자로서의 미래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희망조차 사라진 순간 스티븐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지만 제인은 그를 향한 믿음과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고 그의 곁에서 그의 삶을 일으킨다. 세계적인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실화를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삶의 모든 것을 바꾼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틸 앨리스>는 이미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줄리안 무어에게 5번째 도전 만에 아카데미 트로피를 석권하게 해준 영화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내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여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빅히어로> 역시 빠질 수 없는 꼭 봐야 할 영화다. <빅히어로>는 치명적인 몸매를 가졌지만 꼭 안아주고 싶은 힐링 로봇 ‘베이맥스’가 가장 사랑스러운 슈퍼히어로로 활약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힐링로봇 ‘베이맥스’는 천재 공학도 ‘테디’가 개발한 로봇이다. 그런데 도시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테디’의 동생이자 로봇 전문가인 ‘히로’는 ‘베이맥스’를 슈퍼히어로로 업그레이드 한다. 이렇게 탄생한 사랑스러운 슈퍼 히어로가 도시의 위험을 막아내는 이야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