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펀치>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화요일, 기자는 <펀치>와 관련해 기사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내용들을 모아 글을 써 보려 합니다. 역시나 연예부 기자이기 전에 <펀치> 마니아로서의 생각인데, 역시 <펀치>의 마력에 빠져들었던 이들이라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우선 마지막 회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결론은 예상한 것처럼 이태준 검찰 총장(조재현 분)과 윤지숙 전 법무부 장관인 특별검사(최명길 분)를 비롯해 조강재 전 부장검사(박혁권 분)와 이호성 검사(온주완 분) 등이 모두 사법처벌을 받습니다.
사진 제공 : SBS
드라마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이태준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범인은닉, 뇌물수수죄 등을 병합 적용해 징역 10년형을 받았습니다. 윤지숙이 가장 무거운 형을 받았는데 우선 탄원 정상참작 등 모든 요구를 기각한 법원은 형법 제 254조 살인미수와 병역법 제 86조를 적용해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 징역 15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이호성은 범죄 무마 및 범인 은닉을 적극 유도한 점이 인정돼 징역 5년형을 받았습니다. 조강재에 대한 선고 내용이 방송사고로 방송되지 못했는데 본래 촬영 분량에 따르면 징역 5년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만 현실에서 보면 이는 1심 판결 내용에 불과합니다. 이미 드라마에서도 조강재는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윤지숙과 이호성 역시 항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태준은 항소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그나마 18회부터 급격히 박정환 전 과장검사(김래원 분)와 관계를 회복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인 이태준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박경수 작가가 항소 의사가 없음을 드라마에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항소하면 어느 정도는 감형이 이뤄집니다. 우선 윤지숙의 경우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 징역 15년형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태준의 대사처럼 윤지숙은 ‘특별하게 태어나가 특별하게 살아오신 특별검사님’입니다. 게다가 윤지숙은 법조계에 엄청난 영향력과 인맥을 갖추고 있는데 전직 대법관들과 가까운 터라 특히 대법원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결국 항소를 거듭해 대법원까지 넘어갈 경우 형량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1심에서 기각한 탄원과 정상참작 등의 요구까지 항소심에서 받아줄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한 가장 결정적인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이라는 조항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활용됐을 뿐 법조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에서 ‘감형과 가석방이 없는’이라는 조항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윤지숙은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갈 경우 상당한 감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 화면 캡쳐
이태준은 항소를 하진 않았지만 그에게도 가석방의 기회는 있습니다. 18회와 19회에서 잠시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권에 엄청난 뇌물을 건넨 이태준의 파워는 그의 수감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드라마 마지막 부분처럼 반성해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할 경우 정상적인 가석방도 가능합니다. 형기의 3분의 1 이상 수감생활을 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박정환의 얘기처럼 감옥에서 만수무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되죠. 이미 항소한 조강재나 항소가 유력한 이호성 역시 형량이 어느 정도 낮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부분은 사면입니다. 정치권에서 도와줘 사면 복권 처리가 되면 가석방처럼 형기의 3분의 1을 무조건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채 1년도 살지 않고 사면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박정환과 신하경 부부의 승리로 끝났지만 현실에서 패자는 사망한 박정환뿐입니다. 오히려 국회의원이 유력한 최연진 검사(서지혜 분)와 차기 검찰총장이 유력한 정국현 차장검사(김응수 분)가 최고의 수혜자입니다. 이태준과 윤지숙 등은 몇 년 되지 않아 사회로 돌아올 것입니다. 잘만 포장하면 이태준이나 윤지숙은 국회의원도 될 수도 있는 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렇게 드라마는 마지막 회인 19회에서 억지로 주인공들의 승리를 만들어 냈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19부작 드라마가 아닌 30부작 드라마였다면 이후 이태준과 윤지숙이 부활해서 다시 활개를 치며 사는 모습이 담겼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 반대라는 부분이 <펀치>를 보며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던 대목입니다.
방송 화면 캡쳐
그렇게 <펀치>는 끝이 났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박정환이 이태준과 윤지숙을 모두 이기고 세상을 떠나는 결말은 좋았습니다. 드라마의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겠죠. 현실과 달리 우리가 보고 싶은 대목까지만 보면 되니까요. 실제로 이태준과 윤지숙이 채 1년도 실형을 살지 않고 사면 복권될지라도 현실이 아닌 드라마에선 불가능합니다. 이미 종영해 버렸으니까요.
지난 2012년 <추적자 THE CHASER>를 통해 중독돼 버린 박경수 작가의 세계는 2013년 <황금의 제국>을 거쳐 <펀치>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의 차기작은 무엇일지에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별다른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하나 예측 가능한 부분은 있습니다. 차기작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감히 기자가 예상하지만 박경수 작가의 차기작 드라마 주인공으로 가장 유력한 이름은 이동훈입니다.
그 이유는 최근 이동훈이 박정환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올해 17세로 한국 랭킹 11위 바둑기사 이동훈은 33기 KBS바둑왕전 결승 3번기 2국서 톱랭커로 군림 중인 박정환(22)을 18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했습니다. 지난 6일 열린 결승 1국에서 박정환 9단에 184수 만에 백 불계승한 것을 더해 종합전적 2 대 0으로 이 대회의 우승자가 됐습니다. 1998년 2월생인 이동훈 4단의 생애 첫 우승 타이틀입니다.
방송 화면 캡쳐
박경수 작가는 유명한 바둑 마니아로 <추적자 THE CHASER>의 주인공인 백홍석과 강동윤 역시 유명 프로 바둑기사의 실제 이름입니다. <펀치>의 박정환 역시 현재 한국 바둑계 톱랭커로 군림 중인 박정환 기사의 이름이죠. 따라서 박정환을 이긴, 17세의 이동훈 기사가 박경수 작가의 차기작 주인공 이름으로 가장 유력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