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키워드는 ‘논두렁’이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니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전 부장은 국정원 측의 ‘노무현 죽이기’를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빨대’란 익명의 취재원을 의미하는 속어로, 국정원이 검찰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려주는 수준을 넘어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뜻이다.
이 전 부장에 의하면 국정원이 ‘언론 플레이’를 벌일 당시 수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었다. 최근 원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해 편파적인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인정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이 정보기관을 동원, 선거에 개입했을 뿐 아니라 언론을 통제하려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09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명품 시계’ 사건은 사회적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이후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언론의 대서특필 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이 전 부장은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는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밝혔다.
최선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