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무령왕 축제가 열리는 가카리시마가 속해 있는 사가현은 곳곳에 한일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흔적은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뿌듯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련하기도 하다. 무령왕이 흥미로운 흔적이라면 요시노가리 유적과 왕인천만궁은 뿌듯한 흔적이다.
요시노가리는 고대 야요이시대(BC 3세기~AD 4세기) 전 시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야요이시대는 한반도를 통해 벼농사가 전해지면서 농경 및 정주생활이 시작돼 ‘일본 문화의 원점’으로 불리는 시기다. 일본 최대의 유적이기도 한 요시노가리 취락은 3세기 말~4세기 초에 갑자기 사라져 그 이유에 대한 의견이 학계에서도 분분하다.
사가현 간자키시에 위치한 왕인천만궁은 백제의 왕인박사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다. 요시노가리 공원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 가면 만날 수 있다. 왕인박사는 지금으로부터 천수백년전 당시 일본 왕실의 초청으로 건너와 일본에 처음으로 천자문과 논어를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가현 사람들은 간자키시에 왕인신사를 세우고 그 안에 왕인천망궁도 지어 왕인박사를 기리고 있다.
백제를 훌쩍 뛰어 넘어 조선시대에 이르면 한일역사는 교류가 아닌 약탈과 전쟁으로 급변한다. 사가현에 있는 나고야성터와 무연고 도공들의 탑은 이러한 가슴 아픈 기억을 대변한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출병 직전 나고야성을 쌓고 이를 침략의 거점으로 삼았다. 현재 나고야성은 성터만 남았으며 이 터에는 박물관이 세워져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일간 교류의 역사를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이른 시기부터 한국과 긴밀한 교류의 역사를 가진 사가현답게 박물관은 도요토미의 임진왜란을 잘못된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요토미가 나고야성을 거점으로 해서 일으킨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으로도 불린다.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탐낸 도요토미가 조선의 수많은 도공과 도자기들을 일본으로 가져오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사가현에는 ‘도자기의 신’으로 불리는 이삼평의 비석 외에도 일본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다 잠든 수많은 이름 모를 도공들을 기리는 무연고 도공탑도 세워져 있다.
한편, 사가현은 티웨이항공의 인천-사가현 직항 노선을 이용하면 80분만에 방문할 수 있다. 인천,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후쿠오카공항을 거치거나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하카타항을 거쳐서 가는 것도 가능하다. 현 내에는 사가 쿠루쿠루 셔틀이 운행 중으로 이를 이용하면 주요 관광지를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