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51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5%(657억 원)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가담 인원은 6069명 감소해, 적은 인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큰 금액의 사기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무직 또는 일용직 가담자가 21%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 자영업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50대 이상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년 혹은 노년층의 경제난이 보험범죄 가담정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보험금을 목적으로 살인, 상해 등을 저질러 타낸 적발금액이 전년 대비 26.8%나 증가했다. 고의로 사망, 상해 등의 사고를 내 부정하게 타낸 보험금의 총액은 2012년 808억 7900만 원에서 2013년 1025억 1700만 원으로 크게 뛰었다. 2011년에는 고의로 낸 사고로 적발한 금액이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19.9%로 유형별 3위에 그쳤지만, 2013년엔 2위로 올라섰다.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 보험범죄 양태의 변화로 여실히 드러난다. 판례집에 실린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험금을 목적으로 신입 여직원을 살해한 사장에 관한 판결문과 남편의 내연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단순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엄 아무개 씨의 사건이다.
숯 관련 물품을 판매하며 승승장구하던 김 아무개 사장은 큰 씀씀이 때문에 빚이 불어나자 입사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여직원을 살해해 보험금을 수령했다.
김 씨는 사업을 하며 생긴 채무만 아니라 월 300만 원의 외제차 리스료와 할부금을 납부하면서 총 3대의 외제차를 운용했고, 제트스키 1대의 할부금으로 매월 350만 원을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 채무로 허덕이는 중에도 월 61만 원의 보험료를 내며, 수개월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범행계획 4개월 만에 김 씨는 A 씨를 창고로 불러내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후에도 전혀 반성하는 기색 없이 무죄를 주장했고, 재판부는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제3자의 목숨을 노려 거액을 타내는, 보험사기 중 가장 악랄한 수법에 해당돼 중형이 선고된 케이스다.
엄 씨의 사례는 일부러 낸 치상사건을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 부부와 내연녀가 공모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엄 씨는 내연녀 배 아무개 씨(35)에게 찾아가 “다시 한 번 내 남편 만났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배 씨는 오히려 “내가 임신을 했고, 네 아들이 군대 가면 네 남편이 너랑 이혼하고 나랑 같이 살기로 했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지만 그 사이에서 남편 조 아무개 씨는 어느 쪽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
사달은 다음날 났다. 집 앞 논을 지나가던 중 남편의 차에 배 씨가 타있는 것을 보고 엄 씨는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배 씨를 차에서 끌어내고 운전석에 앉아 액셀을 밟았다. 그대로 배 씨에게 돌진해 넘어뜨렸다. 이쯤에서 끝내려 했지만 남편 조 씨가 배 씨를 부축해 일으키는 것을 보고 엄 씨는 이성을 잃었다. 그대로 후진했다가 다시 배 씨를 쳤고 넘어진 배 씨를 다시 밟았다. 배 씨는 방광과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남편 조 씨는 중간에서 이 사고를 이용해 보험금이나 타내자며 두 사람을 다독였다. 이를 두 여성은 승낙했고 배 씨 아버지 명의의 통장 등으로 2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내 나눠 가졌다. 엄 씨는 징역 3년, 남편은 1년에 처해졌으며, 배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강력범죄와 결부된 보험사기의 폐해도 크지만, 요즘 보험사를 가장 머리 아프게 만드는 건 ‘업계 관계자’에 의한 보험사기다. 보험사기는 치밀하게 고의성을 감춰야 하는 지능범죄다. 때문에 업계 사정을 잘 알수록 사기도 잘 칠 수 있다. 상세한 조항이나 보험 처리 절차를 잘 아는 전직 보험사 직원이나, 사고 보험 처리 과정을 자주 접한 자동차수리공 등이 그들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는 보험약관이나 계약내용 등이 복잡하고 다양해 보험업종사자의 묵인, 방조, 공모행위가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판례집에는 전직 보험사 관계자가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수억 원의 보험사기를 벌인 사건이 실렸다. 이 아무개 씨는 손해사정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지인들을 끌어들여 자동차 사고를 꾸며냈다. 손해사정사는 사고가 났을 때 손해액과 보험금의 산정 업무를 하는 직업으로, 다소 까다로운 보험관련 법을 비롯해 자동차 정비에 관한 시험을 통과해야 활동할 수 있다. 이 씨는 이런 전문지식을 적극 활용했다. 보험금을 많이 수령하려면 자차 평가액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노려 범죄에 이용한 자동차의 평가액을 부풀렸다. 또 가능한 많은 보험금을 타내려 범행에는 고가의 외제차만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전직 보험설계사와 렌터카업체 사장이 공모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차를 수리하는 기간에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대차료를 꿀꺽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보험사가 렌트 계약서 사본만 제출하면 렌트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이용해, 차를 빌리지 않았으면서 계약서만 제출해 대차료를 지급받아 총 2억 28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소방공무원과 가족이 119구급차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일가족은 위급상황 시 구급차를 이용해 의료기관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은 경우 회당 10만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특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해당 소방공무원은 이를 악용해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구급차를 출동시켜 가족을 병원으로 이송해 간단한 처치만 받게 한 뒤 퇴원하는 식으로 500만 원을 타내 약식 기소됐다.
가장 최신 ‘트렌드’로 꼽을 만한 건 ‘점조직형’ 보험범죄다. 보험가입의 특성상 혈연, 지연 등 신뢰관계를 이용해 두 명 이상이 가담하는 게 전형적 사례였다면, 점조직형 보험사기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브로커를 중심으로 가담해 벌이는 유형으로 관련 사례가 최근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점조직형 범죄는 병원 관계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판례집에는 환자 40명에게 허위입원을 권유해 보험금을 타내도록 한 병원 홍보과장의 사례와, 허위입원을 하려는 환자 87명을 방조해 총 16억 4400만 원을 부당하게 타낸 병원장, 외과 의사 등의 사례가 실렸다. 두 사례 모두 적발금액이 크고, 가담자가 많다는 점에서 날로 늘어나는 점조직형 보험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폭력조직, 병의원, 정비업체 등 다수인이 개입된 전문보험사기단이 출현하는 등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역대급 보험사기는? “보험금 못타면 바보” 태백 410명 짬짜미 우리나라 보험사기 역사(?) 중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칭할 만한 사건은 150억 원 규모에 410명이 가담한 ‘태백 보험사기 사건’이다. 2011년에 발각된 사건은 무려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동네 주민 대부분과 병원장, 보험설계사 등이 주도했다. 역대급 ‘패륜’ 보험사기단은 신생아까지 사고에 이용한 일가족이었다. 지난해 10월 붙잡힌 일당은 전국을 돌며 92차례에 걸쳐 고의 사고를 냈고, 3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받았다. 일가족 중 남편은 비슷한 수법으로 110여 차례나 보험사기를 저지른 전과도 있었다. 이들은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 된 신생아를 안고 사고를 일으켜 아기를 ‘무기’로 거액의 보험금을 요구했다. 무려 277명이 가담한 조폭 보험사기단도 6년간 활개를 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6개파의 조직폭력배와 차량공업사, 병원사무장, 앰뷸런스 기사, 보험설계사 등이 포함된 조직적인 사기단으로, 6년간 총 256회에 걸쳐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이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험사 직원들에게 문신을 보여주면서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협박도 일삼아 20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뜯어냈다. [서] |
교통사고 상해 판별 ‘마디모’ 프로그램 ‘나이롱 환자’ 적발… 부작용 사례도 종종 자동차 사고가 나면 무조건 뒷목부터 잡고 내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경미한 사고라도 일단 책임소재를 떠넘기고, 부풀려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마디모(Madymo)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할리우드 액션’을 하는 운전자를 잡아낼 수 있게 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마디모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 차량 파손 상태, 도로에 남은 흔적 등의 자료를 입력하면 사고 상황을 재연해 내 사고 충격이 탑승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준다. 국과수는 보험사기 등의 교통 범죄 대처를 위해 2008년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갈등을 빚을 때 경찰에 마디모를 의뢰하면 국과수로 관련 자료가 넘겨져 분석을 받게 된다. 도입 당시 10여 건에 불과했던 의뢰 건수는 2014년에는 7399건에 이르렀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의뢰 건수가 많아지면서 결과를 받기까진 2~3개월이 소요된다. 마디모 프로그램 의뢰가 늘면서 사고 피해를 과장하는 보험사기, ‘나이롱 환자’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개개인의 몸 상태에 대한 변수가 빠져있어 상해를 입었는데도 ‘보험사기꾼’으로 몰리는 사례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의뢰하는 가해 운전자가 늘면서 사고 처리에 드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