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1년 가까이 끌어왔던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에서 같은 계열사인 GS리테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GS그룹 본사 빌딩.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88 서울올림픽, 2000년 제3차 아셈 서울회의, 2002 월드컵, 2010년 G20(주요20개국) 서울 등 국제적 행사에서 본부 역할을 맡은 이력이 있는 강남권 최고의 호텔 중 하나다.
더군다나 도로 맞은편엔 현대차그룹이 공시지가의 3배에 달하는 10조 5500억 원에 낙찰받은 한전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이곳에 115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을 짓기로 해 파르나스호텔의 값어치도 덩달아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 2월부터 추진된 GS건설의 파르나스호텔 매각이 1년이나 걸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GS건설이 매각 본입찰에서 제시받은 금액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인수전에서 GS건설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 중 유력한 후보자는 사모펀드인 IMM PE, CXC 캐피탈 컨소시엄, 한국투자공사(KIC)-거(Gaw) 캐피탈 컨소시엄 등이었다. IMM은 토종 사모펀드로 할리스, 현대상선 등 굵직한 거래를 했고, CXC 캐피탈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조카인 조현호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거 캐피탈은 8조 원 규모의 홍콩계 부동산 사모펀드다.
본입찰에서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곳은 CXC 컨소시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XC 캐피탈은 지난해 초 여의도 콘래드호텔 인수를 추진하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다음으로 큰 금액을 제시한 곳은 약 7500억 원을 제시한 IMM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IMM은 사실상 파르나스호텔 우선협상대상자 ‘내정’ 단계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 관계자는 “무조건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곳을 낙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르나스호텔. 박은숙 기자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GS그룹이 곧 값이 뛸 파르나스호텔을 팔기 아까워 그룹 계열사 중 유동성이 좋은 GS리테일에 ‘파킹딜(매각했다 위기가 지나고 다시 사오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만약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외부업체가 있었다면 GS건설 경영진이, 굳이 필요 없는 인수를 비싼 가격에 했다면 GS리테일 경영진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더군다나 IMM이나 한국투자공사 컨소시엄 등은 자금 조달의 문제도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가격차를 상쇄했다는 논리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인수전에 써낸 가격에 관해 “IMM이 7500억 원 정도 썼다고 알고 있고, 거 캐피탈이 그보다 약간 적은 6000억 원대를 적어 냈다고 알고 있다”며 “GS리테일은 IMM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가격으로 최종 낙찰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GS건설이 IMM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GS리테일에 넘기게 되면 배임 문제에 관해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GS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누구에게 팔지보다 얼마에 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GS리테일이 외부업체보다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임병용 GS건설 사장도 건설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에서 “파르나스호텔 우선매수청구권 등은 없다”고 못 박았다.
GS리테일이 신사업으로 추진한 사업 중에서 일본 도넛 1위 업체 ‘미스터도넛’은 철수했고, 드러그스토어(화장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의 주력 업종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담뱃값 인상으로 매출은 늘 테지만 영양가 없는 데다 최저시급, 연장근무 시급 인상 등 악재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5일 GS리테일이 잠정공시로 발표한 4분기 실적은 전기 대비 매출액 마이너스(-) 6%. 영업이익 -39.1%, 당기순이익 -47.3%로 감소세다. 유통업인 GS리테일과 호텔사업의 관련성이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새로운 돌파구로 도전해 볼만한 상황인 것이다. 즉,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형님’ GS건설은 곳간에 현금을 채워 넣고, 재미 볼 게 없는 ‘동생’은 호텔을 쥐게 됐으니 윈윈이라는 의견 또한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앞서의 M&A 전문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본다고 하더라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라며 “또한 GS리테일이 IMM과 금액 격차가 매우 작다고 알려진 만큼 인수전이 공정했었는지도 물음표로 남아있다”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향후 인수 협상 기간에 실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 검토 예정이며, 협의를 통해 최종 거래 조건이 결정될 것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