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호와 연예인의 은밀한 커넥션을 소개하면서 필자는 ‘팬 미팅’이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그쪽 관계자들이 그런 표현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으로 사실 스타와 팬이 만나는 형태임을 감안하면 분명 팬 미팅이긴 하다. 다만 공개된 일정의 팬 미팅은 분명 아니다. 공개된 장소를 잡아 스케줄을 불특정 다수의 팬들에게 미리 공지한 뒤 매스컴의 관심까지 받으며 화려하게 열리는 팬 미팅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비공개 팬 미팅’은 한류 열풍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는 얘길 접하게 됐다. 지금은 연예계를 떠났지만 2000년대 초중반 연예계에서 한창 활동하며 특히 스타들의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에 깊이 관여했던 전직 매니저의 설명이다.
“한류 초기부터 그런 공식적인 비공개 팬 미팅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한국 스타들이 팬 미팅 등의 공식 행사를 갖게 되면 해당 지역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따로 식사 자리를 갖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대부분 그쪽에서 힘 좀 쓴다는 고위층 인사의 딸이나 부인 등 가족들이 해당 스타의 팬이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요청을 거절하기가 힘듭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그들의 힘이 절실하니까요. 그래서 팬 미팅이나 공연을 앞두고 아침이나 점심, 요즘엔 브런치라고 그러죠? 뭐 그런 자리를 만들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비공개 미팅이지만 사실상 공식적인 행사로 봐도 무방한 그런 만남은 과거에나 요즘에나 자주 있는 편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현직 매니저들에게서도 접할 수 있었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뭐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그런 식사 자리에 나가곤 합니다. 막상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하고 다른 게 정말 많습니다. 조금 애매한 요청이긴 해도 함께 식사하고 사진 정도 같이 찍어주고 사인 해주면 되는 터라 공연 주최 측이나 소속사로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가급적 해드리는 편입니다. 사실 조금 통제가 어려운 스타들 가운데 그런 요청을 묵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현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쪽에서 많이 힘들어하죠. 그렇지만 뭐 부적절한 일이 있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VIP를 위한 소규모 팬 미팅이긴 하지만 매우 건전하고 참석하는 스타들도 그쪽에게 엄청난 대접을 받는 자리니까요.”
지난호에서는 브로커 등을 통해 중국 쪽에서 중국 현지에서의 대규모 팬 미팅이나 공연 등을 가질 때 은밀한 팬 미팅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연예관계자들은 다른 의견을 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맞는 얘기인데 그게 성매매 같은 은밀한 만남은 아닙니다. 현지에서 대규모 공연을 갖는데 현지 고위층 인사의 가족이 해당 스타를 좋아하니 별도로 식사 일정 등을 추가해 달라는 식의 제안은 흔한데 그게 A의 사례처럼 이상한 만남으로 잘못 알려진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톱스타라면 그냥 현지 행사만 크게 해도 엄청난 돈을 버는데 뭐 그런 부적적할 일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현지 부호나 고위층 인사들의 요청으로 해외에서 이뤄지는 비공개 팬 미팅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현실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만남은 ‘은밀한 커넥션’이라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형태의 만남을 은밀한 커넥션으로 악용한 것은 단순히 A라는 톱스타, 단 한 명의 특이한 행태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얘기를 전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 부호들의 거대 자본 앞에 흔들리는 스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미 A의 사례에서 알려진 것처럼 전문적인 브로커까지 있다는 얘긴, 단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국 관련 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 연예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소문은 한국보다 중국 현지에서 훨씬 심해요. 아예 중국 방송 관계자들이 그런 얘길 대놓고 물어봐 당황하는 일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는 사안이라 소문만 무성할 뿐 뭐가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어요. 중국 공안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이들과의 만남이라 뭐가 적발돼 구설에 오를 가능성도 거의 없고요. 연예인들 입장에서도 편해요. 겉으로 드러날 위험성이 거의 없는 데다, 누군가의 눈에 띄어도 중국 쪽 고위층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만난 것으로 포장하면 되니 별 문제될 게 없지요. 중국 현지에 도는 소문에 의하면 A는 물론이고 몇몇 남자 연예인의 소문이 더 있긴 해요. 물론 어디까지가 믿을 수 있는 내용인지는 구분하기 힘들지만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