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는 코코엔터 폐업 처리 후 TV에 출연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동정심을 사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은 KBS ‘1박2일’ 최면치료 모습 캡처.
단순히 연예인과 소속사의 사이에서 빚어진 폐업 문제로 보기엔 이번 사태는 상당히 복잡하다. 김준호는 2011년 5월 코코엔터 설립을 함께 주도하고 김대희를 비롯해 김준현, 김영희 등 인기 개그맨들을 대거 영입하며 세를 확장했다. 약 40명의 개그맨이 소속된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인정받았고,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주도할 정도로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햇수로 4년 만에 회사는 경영난에 빠졌다. 출연료는 미지급됐고 매니저들의 월급도 체불됐다. 김준호는 자신을 포함해 소속 연예인 모두 “피해자”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창업을 주도했던 주주들은 “김준호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가 회생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개그맨 김대희와 함께 다른 회사를 차려 연예인들의 이적을 이끌었다는 부분도 의심받고 있다.
# 김준호 회사 재정난에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건 최근 한 매체를 통해 3년 동안의 코코엔터 통장 거래 내역 일부가 공개되면서다. 그동안 김준호는 회사를 위해 개인적으로 모았던 적금 통장을 깨고, 회사 투자자로부터 4억 원을 빌렸다고 설명해왔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지난해 10월 말, 소속 연예인과 매니저 등 직원에게 체불한 임금 일부를 지급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공개된 통장 거래 내역에는 김준호가 빌렸다는 4억 원이 회사에 입금된 사실이 없다. 또 김우종 대표가 출금해간 1억 원이 “회사의 마지막 희망이었다”는 말과 달리 폐업을 추진할 당시, 회사 통장에는 1억 원 이상의 잔금이 남아있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심지어 회사 법인카드 사용 내역까지도 의구심을 키웠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김준호는 매달 600만 원 상당의 월급을 따로 받았고 식비 등에 법인카드로 300만 원씩을 사용했다. 물론 출연료 등은 별도로 챙겼다. 여기에 코코엔터 소속이 된 2011년부터 3년간 그의 사업소득은 6억 100만 원이었지만 회사의 정산을 거치지 않고, 원천징수 세금만 뗀 전부를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지난해 영등포 세무서로부터 적발돼 미납 세금을 추가 부과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새로운 주장과 의혹이 가열되자 김준호는 악화된 회사 사정을 시기별로 알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8월 10일 소속 연예인의 계약 종료 및 재계약에 따른 9월 30일 계약금 지급 지연 △10월 10일 출연료 미지급으로 회사 자금 유동성 문제 파악 △10월 11일 2대 주주 찾아가 연기자 처우에 필요한 4억 대출 요청 △11월 10일부터 2주간 외부 회계법인 감사 요청 실사 진행 △11월 27일 김우종 대표 법인계좌서 1억 원 인출해 미국 출국 △11월 28일 김우종 대표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 등이 진행됐다.
김준호는 회사 경영난을 해결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지만, 정작 의혹을 받는 자신의 회사 돈 사용 내역과 이유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 주주들을 분노케 한, 김대희의 회사 설립
김우종 대표가 귀국하지 않는 이상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는 사실상 남아있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코코엔터의 폐업 처리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같은 시기 김준호는 TV에 출연해 자신의 억울함과 더불어 책임감 있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폐업이 확정된 즈음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해 최면 치료를 받으며 회사 일로 인해 상당히 고통받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의 동정을 산 게 대표적이다.
그때까지 사태를 숨죽여 지켜보던 주주들이 분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대희의 매니지먼트사 제이디브로스 설립이다. 제이디브로스는 코코엔터 폐업 결정 하루 전인 1월 23일 법인 등기를 마쳤다. 시기상 주주들이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코코엔터 소속이던 상당수 개그맨들이 제이디브로스로 이적까지 했다. 회사 이름 역시 김준호와 김대희의 이니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주들은 회사가 재정난에 빠진 원인 제공자는 김준호라고 지목한다. 창업 주주들은 2월 26일 “사업 초기 소속 연기자의 계약 구조 문제부터 잘못돼 회사의 정상 수익이 불가능한 상태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경영난 이후 주주 열람권을 통해 그동안의 경영 상태를 확인했다는 주주들은 연예인과 회사의 수입 배분이 ‘8.5 대 1.5’, ‘8 대 2’ ‘7 대 3’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보통 연예인의 수입 배분은 5 대 5에서 일부 톱스타의 경우 7 대 3으로 책정된다. 이에 비교해 코코엔터 연예인들은 기형적으로 높은 금액을 챙겼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은 “계약상 동일하게 모든 소속 연예인의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 <웃찾사> 등의 방송출연료에 대해 회사에 수익배분을 전혀 하지 않아 회사의 매출은 줄이고 비용만 발생한 사실은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김준호와 김대희가 사용한 회사 자금 부분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준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사)부산코미디페스티벌조직위원회에서 진행한 2013년·2014년 행사 관련 출장 및 진행비를 왜 코코엔터 법인카드로 사용했는지도 소명돼야 할 부분으로 거론됐다.
주주들은 “김준호가 회사 회생을 가로막았다”는 폭로도 했다. 소속 연예인들의 재계약금이 지급되지 않은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1일, 회사 2대 주주를 만나 10월 말 예정돼 있던 40억~50억 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반대하고 막았다는 설명이다. 김준호가 다시 어떤 답을 내놓을지, 이번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