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석민이 형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첫 번째 말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였고, 다음은 LA 다저스 류현진의 걱정이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지 못하고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LA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 애리조나에서 만남을 가진 두 선수는 윤석민의 앞날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주로 안타까움과 우려 섞인 내용들이었다.
윤석민의 ML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그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결국 윤석민은 플로리다의 반대쪽인 LA의 보라스 코퍼레이션 훈련시설에서 운동하겠다며 짐을 쌌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윤석민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다. 이후 한국으로의 유턴설이 제기됐고, 윤석민이 마이너리그 캠프가 열리는 3월 7일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요신문>은 현재 윤석민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테드 여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석민의 거취와 관련된 궁금증을 들어봤다. 테드 여 씨는 윤석민과 함께 LA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윤석민이 LA로 돌아간 데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석민은 일찌감치 플로리다로 넘어가 개인 훈련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캠프가 열리면서 윤석민이 훈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물론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훈련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곳은 윤석민을 돌봐줄 트레이너가 없다. 윤석민의 LA행은 구단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겠지만, 여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하나씩 따져 보겠다.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이 왜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캠프에 초대하지 않은 건가. 볼티모어와의 계약에는 1년차 때는 마이너리그를, 2년 차 때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걸로 명시돼 있는 게 아닌가.
“조금 예민한 부분인데, 2년 차 때부터 무조건 메이저리그행이 아니라 빅리그에 올라간 이후에는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즉 빅리그로 콜업이 된다는 전제 하에 그와 같은 규정이 발효되는 것이다. 현재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신분이고, 벅 쇼월터 감독이 콜업 시키지 않는 한, 그는 계속 마이너리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스캇 보라스의 반응이 궁금하다. 스캇 보라스 정도의 파워가 있는 에이전트라면 볼티모어와의 대화를 통해 메이저리그 캠프 로스터가 아닌 초대 선수의 신분 정도로는 합류가 가능한 것 아닌가.
“보라스는 윤석민 혼자만의 에이전트가 아니다. 볼티모어에는 보라스 소속의 선수들이 많이 존재한다. 에이전트가 한 선수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캠프 초대를 놓고 구단을 상대로 따지거나 항의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캠프에 초대만 됐어도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민은 그 목표 하나로 겨우내 훈련에만 집중했다. 술도,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하면서 훈련 속에 파묻혀 지내다시피 했다. 그런데 시즌 출발이 또다시 마이너리그 캠프가 되다보니 그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년 계약에 보장금액만 557만 5000달러이다. 이런 계약을 해놓고 구단에서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미국 기자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물어 볼 정도이다. 도대체 벅 쇼월터 감독의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난해 볼티모어에 입단한 윤석민(가운데)와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왼쪽), 댄 듀켓 단장(오른쪽)
―보라스가 관리하는 볼티모어의 선수들 때문에 윤석민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건 잘 이해가 안 된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라스가 윤석민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오늘(2월 27일) 저녁에 보라스, 나, 윤석민이 함께 만나 식사를 하며 진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윤석민이 볼티모어를 떠날 가능성도 있나.
“윤석민이 지난 시즌 동안 트리플 A팀인 노폭 타이즈에서의 생활을 견뎌낸 것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만약 올 시즌도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윤석민 스스로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볼티모어 구단에서 윤석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임창용은 지난해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 캠프에 참가했다가 마이너리그행을 지시 받은 뒤 방출 절차를 밟고 시즌 개막 직전에 삼성에 입단했다. 물론 삼성은 공식적으론 컵스 구단에 임창용의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임창용과 윤석민은 계약 자체가 다르다. 윤석민은 몸값이 높은 선수다. 볼티모어에서 방출을 하더라도 이적료 없이 방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으로 복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양측이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윤석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와 같은 룰은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 맺을 때 만든 조항이었다. 스캇 보라스가 윤석민한테도 그 조항을 집어넣으려 애를 썼고, 계약할 당시에는 서로 만족했던 내용이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예측 못했다. 팀 입장에선 로스터의 한 자리가 걸려 있기 때문에 100%의 몸 상태나 구위가 아니라면 빅리그로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윤석민은 캠프 동안 실력으로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그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마이너리그 조기 캠프 명단에도 윤석민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답답한데 선수는 오죽하겠나. 윤석민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운동뿐이다. 운동을 지속하며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3월 7일 소집되는 마이너리그 캠프에 윤석민이 참가하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그 질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테드 여 씨는 윤석민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캠프에 합류하자니 엄청난 실망을 안고 시작하는 윤석민의 올 시즌이 걱정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볼티모어 구단과 윤석민을 영입할 구단이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구인들 사이에선 윤석민이 국내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A 감독은 윤석민이 이미 KBO리그의 한 팀과 접촉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테드 여 씨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니, 그는 “만약 윤석민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그가 갈 수 있는 팀은 KIA밖에 없다. KIA 외엔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없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